5.31 지방선거는 정당의 지역색이 되살아난 가운데 뚜렷한 지지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한나라당은 호남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얻어 압승한 반면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호남.충청.강원을 제외한 지역에서 단체장을 아예 배출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민주당은 전통적 지지 기반인 광주.전남에서 광역단체장을 차지해 '호남 맹주' 수성에 성공했고, 국민중심당은 '텃밭'으로 여기는 충청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전패해 위기에 몰렸으나 일부 기초단체장을 배출해 존립 불씨는 살렸다는 평가다.
◇수도권
한나라당이 서울을 비롯해 인천, 경기 등 3곳의 광역단체장을 차지한 것은 물론 기초단체장까지 2002년에 이어 다시 석권함으로써 `수성'에 성공했다.
서울에서 한나라당은 1일 0시40분 현재 개표결과 25개 구청장 선거구 모든 곳에서 1위를 달리는 '서울 싹쓸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지역 기초단체장이 모두 같은 당 소속이 되는 것은 지난 95년 민선자치제 부활이후 처음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당의 모태가 된 민주당이 1998년 서울시장은 물론 구청장도 23명이나 당선시켰다가, 2002년에는 22개구를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에게 내준데 이어 이번 선거에서는 더욱 철저히 외면당해 `무(無) 단체장' 위기를 맞았다.
인천의 경우 한나라당은 광역시장은 물론 10명의 기초단체장중 9명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2002년 광역시장과 8명의 기초단체장을 당선시킨데 비해 지지 기반을 더욱 확대했다는 평가다. 나머지 1곳(강화군)은 무소속이 차지할 것으로 유력시되고 있으며, 열린우리당은 단 1명도 당선 가능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는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후보가 손학규(孫鶴圭) 도지사의 바통을 이어받은 동시에 31개 시.군중 최소 29곳을 석권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1998년 민주당이 20명의 시장.군수를 배출하며 6명에 그친 한나라당을 압도했다가, 2002년에는 한나라당에 24개 지역을 내주며 역전당한데 이어 이번에는 아예 한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충청권에서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이 약진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나라당이 충남과 충북도지사를 꿰찼으며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대전시장도 한나라당 박성효(朴城孝) 후보가 열린우리당 염홍철(廉弘喆) 후보를 누르고 당선이 유력시 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기초단체장 31개 가운데 대전 5곳, 충남 4곳, 충북 5곳 등 절반가량을 차지해 충남과 충북에서 각각 3곳씩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열린우리당을 크게 앞질를 전망이다.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약발'이 약화된데다 여당의 실정을 집요하게 강조한 야당의 집중공세가 효력을 발휘한 결과로 풀이된다.
자민련에 이어 충청권을 지지기반으로 탄생한 국민중심당은 광역단체장 배출에는 실패했지만 농촌지역인 충남지역에서 8명의 시장.군수를 확보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1998년 지방선거 때 자민련은 충청권 3개 광역단체장 석권과 함께 기초단체장 21곳을 차지했다가, 2002년에는 충남도지사만 배출한 채 기초단체장도 15곳을 당선시키는데 그쳐, 이 지역을 '텃밭'으로 여기는 정치세력의 '퇴조'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영남권 =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영남권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영원한 텃밭'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광역단체장 선거는 부산ㆍ대구ㆍ울산 시장과 경남ㆍ경북 지사 등 5곳 모두에서한나라당 후보들이 파란색 깃발을 꽂아 싹쓸이가 확실시된다.
열린우리당은 오거돈(吳巨敦.부산), 김두관(金斗官.경남) 후보 등 장관 출신 인사들까지 투입하며 적진에서의 `이변'을 노렸지만 이번에도 지역 구도의 벽을 넘지못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은 1일 오전 1시 현재 전체 72개 선거구 가운데62곳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때의 61곳보다도 1곳이 늘어난 수치이다.
열린우리당은 경남 함양군수 선거에서 천사령 후보가 71% 가량 개표된 상황에서한나라당 후보를 12% 포인트 정도 앞서고 있어 영남권 교두보 확보에 성공할 것으로보인다.
대부분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후보의 경우에는 9곳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역시 한나라당의 압승이 확정적인 상황이다.
◇호남권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열린우리당의 `보루'는 전북, 민주당의 `텃밭'은 광주.전남이라는 외형적 틀은 유지됐다.
하지만 기초단체장 싸움에서 민주당이 호남 전역에서 대약진, 우리당에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직전 우리당(2곳), 민주당(2곳), 무소속(1곳)이 균점했던 광주 5개 구청장 선거구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 전남지역 22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목포시장 등 10곳에서 1위를 차지, 우위를확고히 다졌다.
특히 전북 14개 기초단체장 싸움에서는 정당별 1위 지역이 우리당 5곳, 민주당5곳, 무소속 4곳으로 민주당은 전북에서 명실상부하게 `고토(古土) 회복'의 기틀을다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직전 현역 단체장 당적 기준으로 전북은 우리당이 7곳으로 가장 많았고 민주당과 무소속이 각각 4곳, 3곳이었다.
◇강원·제주
전통적으로 `보수색채'가 강한 강원도는 2002년 지방선거 결과와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한나라당 김진선 후보는 우리당 이창복(李昌馥) 후보를 4배 가량 되는 압도적표차로 앞서며 3선에 성공했고, 기초단체장 18곳 모두를 싹쓸이하고 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15곳에서 당선되고 민주당과 무소속이각각 2곳, 1곳에서 기초단체장을 배출했다.
`무소속 강세' 전통이 있는 제주에서는 무소속 김태환(金泰煥) 후보가 막판까지오차 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펼치다 간발의 차이로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또 모두 29명을 뽑는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15곳, 열린우리당이 10곳에서 1위를 달렸다.
한편 오는 7월 제주특별자치도 체제가 출범, 기존 4개 시.군의 자치권이 없어짐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제주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선거는 별도로 치러지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