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NYSE '3시간38분' 멈췄다

컴퓨터 시스템 오류로 대혼란

역대 최장시간…"해킹은 아냐"

ICE 운영 능력에 의문 제기

WSJ·유나이티드항공도 장애… 국토안보부, 상호연관성 조사

미국에서 8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유나이티드항공, 월스트리트저널(WSJ) 컴퓨터 시스템에 잇따라 오류가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인 NYSE에서 4시간 가까이 거래가 중단돼 불안감과 혼란을 키웠다. 주식 거래는 이날 미 동부시간 기준 오전11시30분께부터 정지됐다가 3시간38분만인 오후3시10분에 재개됐다. 기술적 오류를 이유로 NYSE에서 거래를 중단한 것은 역대 최장시간이며 지난 2005년 6월 이후 10년 만이다. 미국 수사당국의 긴급조사 결과 일단 해킹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이례적으로 주요 시설에 동시다발적 오류가 발생해 미 국토안보부(DHS)가 상호연관성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 NYSE는 웹사이트를 통해 '내부 기술적 문제로 주식거래를 일시 정지했다'고 밝혔으며 이어 트위터에 '해킹은 아니다'라고 공지했다. NYSE는 이날 거래정지에 앞서 개장 전인 오전8시 직전에도 기술적 문제가 한 차례 발생해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밤 진행된 NYSE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장애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나스닥 등 다른 거래소들은 정상 운영됐고 투자자들이 이곳을 통해 거래하면서 집단적 투매나 패닉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세계금융시장의 심장부 격인 뉴욕증시가 수 시간 동안 멈춘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혼란이 컸다.


백악관과 미 재무부는 NYSE와 긴밀히 접촉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악의적 공격의 징후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역시 성명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전했다. 미 의회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제임스 코미 FBI 국장도 "사이버 공격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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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이번 컴퓨터 시스템 오류 발생으로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런던 대륙간거래소(ICE)가 NYSE를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ICE는 2013년 NYSE를 82억달러에 인수한 후 NYSE 자산을 매각하고 인력을 절반으로 축소했다. 이에 대해 켈리 뢰플러 NYSE 대변인은 "인수 이후 새로운 시스템 개발과 기술자 영입에 투자를 지속해왔다"며 "올해 말 새로운 시스템이 정식으로 가동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NYSE와 함께 WSJ 홈페이지도 비슷한 시간대부터 원인 모를 이유로 접속되지 않았으나 약 두 시간 후 시스템이 정상화됐다. 이에 앞서 유나이티드항공 컴퓨터의 자동화 시스템에서 이상이 발견돼 미 연방항공청(FAA)은 곧바로 이 항공사 여객기 및 연결 항공편의 이륙을 금지했다. 유나이티드항공 측은 컴퓨터 이상과 관련해 "네트워크 연결 문제"라고 해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나이티드항공의 예약 시스템 이상으로 이날 하루 40만 명의 고객이 피해를 봤으며 이륙이 금지된 미국발(發) 여객기와 시카고·덴버·휴스턴 등 미국 내 주요 공항 착륙을 준비하던 여객기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총 4,900편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백악관과 DHS·FBI·NYSE 등 모든 관련 기관이 이번 동시다발적 컴퓨터 이상 문제와 관련해 해킹 가능성을 일축하는 가운데 국제 해커조직인 어나니머스가 NYSE 거래중단을 예고하는 듯한 글을 트위터에 남겨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어나니머스는 전날 저녁 트위터에 '내일은 월스트리트에 나쁜 날이 될지 모르겠다…우리는 희망할 뿐'이라는 글을 남겼다. 어나니머스는 앞서 2011년에 NYSE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미국 최대 증권거래소, 최대 항공사, 최대 금융 관련 언론사에서 동시에 사이버 정전이 일어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의 디지털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일반인은 물론 기업이나 국가 역시 이러한 기술오류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바버라 미컬스키(민주·메릴랜드) 상원의원은 이날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번 사건이 우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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