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교육부 장관은 월 24만원으로 사교육 시켜보시라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지난해 자녀 한 명에게 쓴 월 평균 사교육비가 1년 전보다 3,000원 늘어난 23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4년 만의 증가세다. 증가세 반전보다 심각한 문제는 교육부가 제시한 사교육비 통계를 믿는 국민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 포털업체가 설문 조사한 39만9,000원보다 16만원 이상 적다는 정부 발표를 누가 곧이곧대로 믿겠나.


 현실에서는 수학 한 과목 수강료가 수십만원에 달하고 매달 자녀 학원비로만 100만원 넘게 지출한다는 가정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어떻게 이 금액밖에 안 들까. 셈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만 대상으로 했을 때는 월 평균 지출액이 34만7,000원이었으나 교육부가 학원에 다니지 않거나 과외를 받지 않은 학생들까지 포함하는 통계만 내놓으면서 1인당 월 사교육비가 10만8,000원이나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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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런 셈법이 처음도 아니고 될 수 있으면 학부모들의 경쟁적 지출억제를 유도하기 위해 낮은 사교육비 통계를 내놓고 싶은 당국의 심정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교묘하게 마사지된 통계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야기할 뿐이다. 오죽하면 학부모들 사이에서 “24만원 줄 테니 교육부에서 우리 아이 학원도 보내고 과외도 좀 시켜달라”는 비아냥이 나올까.

 사교육 시장 규모가 줄었다는 대목도 반갑기는 하지만 속내용이 좋지 않다. 공교육 활성화로 학원 수요가 줄어든 게 아니라 경기침체로 가계가 어려워진 중산층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교육비까지 잘라낸 결과에 불과하다. 지난 1년 사이 월소득 200만~400만원 미만 중산층의 자녀 1인당 평균 사교육비 지출 감소율이 4%를 훌쩍 넘어 월 700만원 초과 고소득자(2.6%)보다 훨씬 컸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사교육비 문제는 단지 교육 분야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출산율이 13년째 1.3명을 넘기지 못해 최악의 초저출산국으로 떨어진 것이나 지표경기 회복에도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지 않는 데는 과도한 학원비 부담 탓이 크다. 사교육비 절감이 경제활력을 회복하는 지름길이라는 지적이 이래서 나온다. 교육부는 4월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현실인식으로 학부모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부 장관은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사교육 실태가 어떤지 먼저 체험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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