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밤새 집값 안녕하신가요?"

[데스크 칼럼] "밤새 집값 안녕하신가요?" 실패한 집값 잡기·럭비공 대책에 전국민이 '스트레스' 조희제 hjcho@sed.co.kr 2006년 병술년이 저물어간다. 송년모임들도 잦아들 즈음이다. 올해 송년모임에서도 여전히 대통령 선거 등 정치 문제와 교육 문제가 빠지지 않는 술 안줏거리였다. 올해 새롭게 추가된 얘깃거리가 폭등한 집값이었다. 그런데 어디에 집을 갖고 있는지, 또 집을 갖고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완전히 의견이 갈려 언성이 높아지면서 전투적인 언쟁으로 변해 깜짝 놀랐다. 그래서 한 모임에서 누군가가 집값과 대통령 얘기를 하면 벌금 1만원을 내야 한다고 하자 이제는 대화도 안되고 팥소 빠진 찐빵처럼 재미가 없어 술만 축내고 있었다. 결국 다시 정치 얘기와 집값이 다시 송년의 화두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송년모임의 주된 얘깃거리가 될 만큼 집값 문제는 전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말하자면 전국민이 집값불안스트레스증후군을 앓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건설업자, 투기꾼 등을 말로 난도질한 다음 부동산 기사를 담당한다는 걸 알고 내게 물어오는 질문은 대부분 ‘내년 집값은 어떻게 돼(요)’로 귀결된다. 점쟁이도 아니고 피해갈 수 있는 답변도 만만치 않아 난감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내가 그걸 알면 벌써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아(요)’라고 말하고는 얼른 화제를 바꿔버린다. 답변이 난감할 만큼 내년 집값 전망은 예측 불허다. 올해처럼 폭등은 없이 안정될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하지만 현재의 집값은 버블이 아니고 내년에도 더 오를 것이라는 예측과 버블이 꺼지면서 그 악영향이 경제 전반에 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나름대로의 이유와 근거가 있는 전망이고 보면 어느 장단에 박자를 맞춰야 할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에는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느 시점에 집을 팔아야 하는지가 요즈음 강남 아줌마들의 최대 고민거리라고 한다. 집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집 없는 사람은 또다시 폭등할까봐 두렵고 집 있는 사람은 폭락할까봐 우려스럽다. 이러니 내년에는 ‘밤새 집값 안녕하신가요’라는 인사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조차 부동산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나섰지만 부동산에 대한 인식은 별로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아집에 가까운 대통령의 부동산 접근법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실패한 집값 잡기와 불안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현안만 남겼다. 집값을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가를 놓고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가세해 백가쟁명식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반값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원가 공개 등등. 내 집 마련이 힘겨운 서민들로서는 반갑기 그지없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앞장서 싼 아파트를 살 기회를 주겠다는데 두 손을 들어 환영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들 정책들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뻔히 부작용이 보이는데도 오로지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정책이 난무하고 실현 가능성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표만 잡을 수 있다면 그 어떤 대안들도 버젓이 공약으로 내걸린다. 집값 불안을 잡기는커녕 부채질하는 대책에 부아가 치미는 것은 나만의 심정일까. 우리 사회에서 집이라는 것은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재산 증식, 사회적 신분, 자식 교육 등 복합적인 가치를 내포한 상징물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우리말대로 그냥 싸서는 결코 한국 사람의 이 같은 성정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10년 뒤 싸게 공급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주거뿐만 아니라 교육ㆍ문화ㆍ교통 등 사회ㆍ문화적 인프라에도 만족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어떤 부동산대책도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 힘겨웠던 한 해를 보내고 희망을 보듬으며 새로운 한 해를 기다리는 정감 나야 할 송년 분위기가 최소한의 생활 근거인 내 집에 대한 불안감으로 칙칙해서야 어디 살맛이 나겠는가. 내년 송년에는 ‘밤새 집값 안녕하신가요’라는 불안감 대신에 내 집 마련의 꿈이 선명하게 그려질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안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정해년 황금돼지띠의 송년 분위기는 올해와 달라지지 않겠나. 입력시간 : 2006/12/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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