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신의 직장' 검은 주식거래?

감사원이 또 '한 건'을 했다. 그것도 '신의 직장'이라 불리면서 자그만 잘못이라도 나오면 국민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는 공공금융기관이 대상이다. 하지만 지난 27일 나온 공공금융기관에 대한 감사 결과는 단순히 정서적 분노로 그치기에는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다.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ㆍ사학연금공단 등의 임직원들이 근무시간 중 사적으로 주식거래를 했다는 것. 금융공기업 임직원은 투자정보 등을 이용한 주식거래로 부당이익을 챙길 수 있는 만큼 근무시간 중 주식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이들은 규정을 무시한 채 근무시간 중 '주식 재테크'에 나섰다. 사실 직장인들은 대부분 근무시간에 주식거래를 한다. 장이 열리는 시간이 근무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식거래를 한 것 자체는 규정은 어겼지만 이해할 측면이 있다. 그들도 재테크는 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문제는 투자의 내용이다. 규정을 생명같이 여기는 은행원들이 징계를 감수하고 굳이 근무시간에 투자를 한 이유가 무엇일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주요 업무는 기업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이다. 기업의 재무상황이나 사업진행 등의 정보를 손바닥 보듯 알고 있다. 그런 기관의 임직원들이 빤히 드러나는 주식거래를, 그것도 근무시간에 했다면 무척이나 급한 거래였을 것이다. 업무를 통해 알게 된 중요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 근무시간 중 '위험한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여기에 포인트가 있다. 그들이 업무상 알게 된 고급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했다면 단순 내부징계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 형사처벌까지 고려해야 한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로 차익을 얻었다면 명백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해당 금융기관들은 투자의 내용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서둘러 징계를 내려 사건을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주식거래 빈도가 많은 3명은 징계절차를 밟고 나머지 19명은 주의 촉구 및 경고를 하기로 내부방침을 세웠다. 정작 중요한 주식투자 내용은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징계로 사건을 끝내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번에 적발된 기관들이 투자내용을 철저히 조사해 '검은 거래'를 밝혀내지 않는다면 금융기관에 가장 중요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신의 직장'은 제 식구 비리도 감싸준다는 비아냥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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