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중 일부를 공공이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재건축 임대’ 사업에서 서울시와 주택공사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 공급 임대주택은 내놓는 족족 치열한 청약경쟁이 벌어지는 반면 주공의 임대주택은 모집가구수를 채우는 데도 힘겨워 하는 모습이다.
15일 서울시와 대한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 9~13일 사이 1순위 접수를 받은 2차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는 총 288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만 2,205명이 신청, 평균 7.6대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강서구 발산3단지 일반공급분(253가구)에는 1,873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7.4대1를 기록했다. 단 7가구만 나온 양천구 신월동 ‘동도센트리움’에는 224명이 몰려 무려 3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앞서 서울시가 처음 공급한 장지ㆍ발산지구의 장기전세주택 역시 지난 5월 평균 경쟁률 9.3대1로 1순위 마감되며 인기몰이를 한 바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에 공급된 신월동 동도센트리움의 경우 ‘재건축 임대’ 아파트라는 점이다. 재건축 임대란 재건축해 새로 지은 아파트의 일정 비율을 시ㆍ도지사나 주공이 사들인 뒤 무주택자에게 전ㆍ월세로 내주는 형태의 주택이다.
임대주택 사업의 원조 격인 주공 역시 지금까지 재건축 임대를 수차례 공급했지만 서울시와 달리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주공이 지난 4월 서울에서 처음 내놓은 재건축 임대 3개 단지의 경우 신사동 ‘두산위브(7가구)’만 겨우 마감됐을 뿐 월계동 ‘롯데캐슬 루나(25가구)’와 면목동 ‘유진마젤란21(18가구)’은 3순위까지 가서도 신청자를 채우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지난달 재공고를 냈지만 롯데캐슬 루나 127㎡(46평형)은 총 25가구 중 4가구가 끝내 미달로 남았다.
최초의 재건축 임대주택이었던 인천 구월동 ‘두드림’ 역시 5가구의 계약자를 찾지 못해 3월 잔여세대 분양을 하기도 했다. 주공은 오는 24일부터 안양시 관양ㆍ박달ㆍ호계동 등 3곳에서 총 22가구의 재건축 임대에 대해 청약접수를 받을 예정이지만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엇비슷한 임대주택을 놓고 청약자의 선택이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린 것은 무엇보다 서울시와 주공의 상이한 홍보전략 때문이다. 서울시가 시프트라는 브랜드까지 대대적으로 런칭하며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을 적극 홍보한 데 반해 주공이 한 일은 홈페이지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게 전부였다.
서울시의 시프트가 ‘전세’ 주택인 반면 주공은 임대 보증금에 월 임대료를 받는 ‘월세’ 형태라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하고 임대주택에 관한 선입견이 강한 국민 정서가 천양지차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