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이 동아시아 지역의 경기회복을 ‘V자형’으로 전망했다. 올해 이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3%로 예측하고 내년에는 다시 6%로 크게 오를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그러나 이는 동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글로벌 무역이 위축됐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ADB는 분기보고서에서 이 지역 국가들의 수출실적 회복, 산업생산 증가, 주식활황 등을 들면서 수개월 전보다는 경기전망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지금 빠른 경제회복을 말하기에는 너무 앞서간 것이다.
ADB의 V자형 경제회복 예측은 물건을 바닥에 떨어뜨리면 다시 튀어 오른다는 물리학 이론을 따른 것에 불과하다. 한국은 지난 2ㆍ4분기 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5년6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최악의 경기침체였던 1ㆍ4분기에 비해 상황이 나아졌다는 의미일 뿐이다. 대만도 1ㆍ4분기에 GDP가 전년 동기에 비해 10.2%나 떨어져 경기침체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에도 여러 분기가 걸릴 것이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경기가 나아진 점도 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과 한국 등의 경기부양책은 효과를 발휘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크게 줄어든 수출과 민간투자를 정부가 애써 공공투자로 대체하고 있는 정도일 뿐이다. 경제가 인위적 부양책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동아시아 경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 유럽을 대신해 동아시아 수출의 최종 수요자가 되기는 아직 힘들어 보인다. ADB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는 총 수출품의 22%만 지역 내에서 최종 소비한다. 게다가 중국은 올해 상반기 수입 규모가 지난해 동기에 비해 25% 가까이 줄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내수가 증대됐다는 증거는 아직도 찾기 어렵다. 이들 국가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이루라는 지침을 무시하고 서구 선진국들의 수요가 다시 회복되기만을 기다리는 듯하다. 내수를 더욱 진작시키지 않으면 경제회복은 확신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