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7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3,500선이 붕괴됐다. 그리고 보름도 안 된 4월14일 3,300선이 무너졌다. 이제 3,000선 붕괴 가능성도 솔솔 흘러나온다. 사상 최고점인 6,100포인트를 넘어서며 샴페인을 터뜨린 지 반 년도 안 돼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국내 대부분의 중국펀드 자금이 몰려 있는 홍콩H지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기업들의 올해 실적 증가율이 기존 30%에서 15~2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일부 중국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3,000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 증권감독 당국은 급기야 기관투자가들에 비공식적 루트로 “매물을 내놓지 말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수가 떨어질수록 중국 투자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조심스럽게 저가매수의 기회를 살피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직 중국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중국증시 밸류에이션으로 볼 때 ‘투자 적기’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밸류에이션 매력 높아져=주가가 떨어졌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같은 주식을 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의미이다. 최근 펼쳐진 중국증시의 반등장은 바닥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60배에 달하던 상하이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주가가 40% 이상 하락하면서 23~30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형 블루칩으로 구성된 상하이 선전300지수의 12개월 예상 PER 역시 23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홍콩H주의 경우 12~14배까지 떨어졌다. 지수가 바닥을 다지기 시작하면서 전문가들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상하이에 있는 HSBC 진트러스트 펀드매니지먼트는 “중국 본토 증시가 바닥을 확인하고 2ㆍ4분기 들어 반등에 나설 것”이라며 “최근 대규모 매도가 이뤄진 만큼 적정한 밸류에이션을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주가 급락은 이미 지난 일”이라며 “지금이 투자할 때”라고 강조했다. 주희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리서치센터 연구원은 “20배 수준의 현 중국증시 PER는 경제성장 속도나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을 감안하면 충분히 지지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하지 않는 한 지금이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증시에 비해 PER가 10배 이상 낮은 평가를 받는 홍콩H증시에 대한 평가는 더욱 후하다. 골드만삭스는 홍콩H증시에 대해 지난해 11월 초 ‘중립’으로 낮췄던 투자의견을 최근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당시 골드만삭스는 약 3년 만에 홍콩H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클로드 티라마니 BNP파리바 매니저는 “홍콩H증시가 거의 바닥권에 접근했다”며 “인플레이션보다 낮은 중국 예금금리 등을 고려하면 PER 12배 수준의 H증시는 적정투자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급불안 해소가 상승 관건=주가가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구간에 들어섰다고 해서 투자에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무엇보다 현재 중국증시의 최대 문제인 비유통주를 비롯한 수급 상황이 중기적 상승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지난 2005년부터 진행된 비유통주 개혁은 최근 들어 본격적인 물량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유통화 물량이 올해만도 2조5,300억위안, 2010년에는 최대 7조3,690억위안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상하이와 선전증시를 합친 시가총액의 각각 11%, 32%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와 같은 상승장을 다시 맞기 힘든 상황에서 유통주식 수가 늘어나는 것은 증시에 큰 부담요소”라며 “심리적 주당순이익(EPS)이 떨어지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불거지는 위안화 절상 역시 단기적인 위험요인이다. 위안화 절상에 따른 기대감으로 투기자본이 유입되면서 유동성 과잉,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투자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샤예량(夏業良) 베이징대학 경제학원 교수는 “중국은 앞으로 통화팽창 압력이 지속되고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경제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특히 취업 문제에서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중국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이성적 수준으로 돌아선 이상 이 같은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기대수익률 눈높이만 낮추면 여전히 중국증시는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강력한 긴축정책 등이 현실화된다고 해도 고성장 추세 자체가 흔들릴 만한 징후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영진 한화증권 상하이사무소 소장은 “올 하반기까지 조정이 이어질 수 있겠지만 이는 중국증시의 장기적 상승을 위한 건전한 조정”이라며 “1ㆍ4분기를 정점으로 위축된 기업성장 역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중국 관련 투자 포트폴리오의 대폭 축소는 현시점에서 적당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中정부, 증시 마냥 내버려두진 않을것” 외국인 투자규제 완화등 정책조정땐 상승 기폭제 중국증시가 5개월여 만에 반토막이 났지만 정작 중국 당국은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섣부른 증시부양책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독’이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 등을 앞두고 티베트사태 등 정치적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마당에 증시까지 마냥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간접적으로나마 증시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증시가 다른 자본주의 시장보다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제도변화는 중국증시의 상승을 견인할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타오쿠이(李稻葵) 칭화(淸華)대학 경영관리학원 교수는 “지금 중국은 재정정책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정부는 재정정책으로 내수진작을 도모해 수출 부문에서의 결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 정부가 일정 수준에서 증시부양을 위한 제도적 변화의 카드를 꺼낼 경우 증시는 바닥을 치고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증시상황이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 훼손이 아니라 단기적으로 수급이 꼬여 일어난 것인 만큼 바닥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다시 살아날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승현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0%를 소폭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경제성장은 중국경제의 성장기조를 저해하지 않는 안정적 수준“이라며 “기대수준을 조금만 낮추면 중국은 여전히 최고의 투자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꺼낼 카드 가운데 주의 깊게 살펴야 할 포인트로는 외국인 투자규제 완화를 꼽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적격해외기관투자가(QFIIㆍ내국인 전용 시장인 A주식시장에 투자할 자격증)의 투자규모를 확대하는 등 관련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고 이미 실행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푸르덴셜자산운용이 지난 13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QFII 자격 비준을 받았다. 이에 따라 외국인기관투자가들이 대폭 늘어나고 현재 300억달러에 불과한 QFII 투자한도는 3,0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긴축정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가 아직 꺾이지 않았지만 최근 식료품 회사들의 가격인상 허용 등에서 읽혀지듯이 일정 부분 탄력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무엇보다도 중국 당국이 꺼내 들 가장 확실한 방책으로는 비유통주 매각방식 개혁을 꼽을 수 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내다팔 수 있는 비유통주의 보호예수 해제를 늦추거나 매도 수량을 제한하는 식으로 규정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비유통주의 90% 이상을 국가나 법인이 보유한 만큼 이들 물량이 어떤 식으로라도 묶이게 되면 시장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제이크 린치 맥쿼리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시 육성을 위해 중국 정부가 향후 공급물량 확산을 통제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이 바닥을 다지는 현시점에 비유통주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