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출판 및 문학 시장은 유럽발 금융 위기에 따른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지난 해에 이어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출판시장 규모는 대략 2조7,000억원대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3분의 1을 인터넷 서점들이 차지한다. 2000년대 들어 출판 시장은 정체 상태지만 스마트 기기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모바일 서점이 활성화되고 전자책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올해 국내에서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예정돼 있고 세계적으로도 주요 국가에서 대선이 예고된 '정치의 해'라는 점에서 새해에도 정치적 이슈를 부각시킨 책들이 각광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공감'에서 '진화'의 키워드로=출판가에서는 올해 정치적 이슈와 함께 소통과 화합,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복지 문제, 유럽 경제 위기를 둘러싼 불안 심리, 양극화 문제 해소 등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책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보문고가 56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2012년의 키워드를 조사한 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참여, 공감, 소통, 화합 등이 뽑혔으며 이를 종합적으로 축약한 키워드로 교보문고 측은 '진화'를 제시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지난 해는 청춘을 주제로 하거나 청춘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남긴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는 스마트 기기의 도움을 받아 커뮤니케이션의 변화가 혁신적으로 일어나고 그 변화가 참여와 행동을 이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나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등 시대 상황을 반영하면서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는 올바르게 소통하고 직접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긍정적인 행동 양식의 변화를 기대한다는 의미에서 '진화'라는 키워드가 주목받을 것이란 얘기다.
◇정치적 이슈 부각되는 출판계=오는 2월 그리스가 총선을 치르고 3월과 4월에는 러시아와 프랑스가 각각 대통령 선거를, 10월에는 중국공산당이 전국대표대회를 연다. 또 11월 미국 대선에 이어 한국도 12월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에서도 민주당과 자민당의 대표선거가 예정돼 있어 지도자가 바뀔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처럼 정치적 이슈가 부각되는 올해는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라디오 '나는 꼼수다' 효과가 지난해 서점가를 강타했던 것처럼 정치적 이슈가 다양한 형태로 사회 현상을 낳으며 서점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정치의 계절인 만큼 난세의 영웅을 다룬 책 역시 독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지난 해 하반기 이명박 정권이 레임덕에 빠지면서 지도자의 리더십을 갈망하는 시민들의 욕구가 서점가로 분출됐다며 "월터 아이작슨이 정리한 '스티브 잡스'가 출간 2주 만에 50만부나 출간됐듯 올해도 난세의 영웅을 다루는 책들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책 시장 활성화=스마트 폰과 태블릿 PC의 보급에 힘입어 전자책 시장은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해 전자책 시장은 약 1,600억 원 규모이며 이 가운데 단행본 시장 규모만 500억 원으로 집계된다.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된 지 10년이 채 안 됐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 김용민의 '나는 꼼수다 뒷담화', '스티브 잡스', '엄마를 부탁해' 등 지난해 서점가를 강타한 종이책들이 전자책의 형태로 독자들을 만난 것으로 나타나 지난 해 전자책은 5만여 종이 출판됐다.
최근 몇 년간 문학동네ㆍ창작과비평사ㆍ위즈덤하우스ㆍ웅진씽크빅 등 주요 출판사들이 전자책 시장에 뛰어든 만큼 '콘텐츠 부족 문제'가 해소되면서 올해는 전자책 시장이 한층 성장세를 구가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인터파크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 '비스킷'에 이어 지난해 말 교보문고가 퀼컴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전자책 단말기 '교보 e리더(KYOBO eReader)'를 전격 출시하면서 전자책 시장은 장밋빛 전망이 대세다.
◇씨뿌린 문학 한류, 올해 열매 맺는다=지난 해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해외 시장에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며 한국 문학이 쾌거를 이뤘다. 그 동안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린 다수 작품이 대중적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출간 자체에 만족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엄마를 부탁해'는 지난 해 4월 영문판 출간 하루 만에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 100위권에 진입했으며 번역 판권은 무려 31개국에 팔리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국내 간판 소설가인 이문열의 단편 소설 '익명의 섬'은 한국 소설로는 처음으로 미국 굴지의 시사교양지인 '뉴요커'의 지난해 9월12일자에 실렸다. 김영하ㆍ은희경ㆍ김연수ㆍ박민규ㆍ한강 등의 작품도 꾸준히 번역되며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올해 한국 문학은 한류 열풍의 주역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프랑스의 레이몽 크노(1903~1976)와 스페인의 카밀로 호세 셀라(1916~2002) 등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출간해온 미국의 출판사 '달키 아카이브'가 한국문학 총서를 내놓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달키 아카이브와 함께 오는 2014년 가을에 한국문학총서 25종을 동시 출간키로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양측은 올 6월까지 번역자를 선정한 뒤 번역 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며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총서에 수록될 25종의 작품 중 17종이 우선 선정됐으며 이상의 '산문집', 고은의 '두고 온 시',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 김형경의 '성에', 최인훈의 '회색인', 오정희의 '옛 우물' 등이 포함됐다.
윤부한 한국문학번역원 전략기획팀장은 "달키 아카이브와의 협약이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 특히 외국 문학작품에 대해 진입 장벽이 높은 미국 시장 진출에 도화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세계 문학시장의 주요 에이전시인 영미권의 와일리 에이전시, 유럽지역의 수잔리 에이전시, 까르멘 발셀스 에이전시 등 유력 해외출판 에이전시와 직접적인 연계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드라마, 영화, 가요로 이어지는 한류 열풍에 'K 문학(Literature)'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