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정조기집행’ 지원조달 방안 경제부처간 시각차

북한핵사태와 이라크 전쟁등 대내외 경제불확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경기상황를 놓고 경제부처들이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는데 대체로 동감하고 있지만 `미세조정`의 방법인 재정의 조기집행방안을 놓고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위기시 늘어날 재정수요를 재정증권 발행과 한국은행 차입 가운데 어떤 방안으로 충당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날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장관들은 현재의 경기상황이 불투명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한 조치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고, 다만 이라크전쟁 발발 등 대내외 변수가 악화될 경우 상반기중 재정을 조기에 투입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문제는 재원조달 방안. 전쟁이 터지고 경기가 급속히 후퇴해 재정의 조기집행을 선택할 경우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는가이다. 재정집행스케줄은 세금수입실적과 연관해서 짜여 있다. 그러나 재정을 앞당겨 집행하려면 세수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세수와 재정 집행액간 미스매치(불일치)가 불가피하다. 세금이 실제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다른 루트를 통해 재원을 긴급히 조달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는 한국은행 차입금을, 금융감독위원회는 재정증권 발행을 처방전으로 각각 제시했다. 재정증권은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세입을 미리 당겨 쓰기 위해 발행하는 증권. 시중금리로 발행되며 만기는 정부가 정하기 나름이다. 다만 당해연도에 갚아야 한다. 일반 국채와 달리 미리 짜여진 예산을 미리 꺼내 쓰기 위한 목적의 증권이기 때문에 균형재정과도 관계가 없다. 재정증권은 지난 94년부터 발행하지 않고 있다. 법률로 정한 발행한도는 5조원. 국회의 동의 를 받아야 한다. 한은 차입금은 말 그대로 한국은행에서 꾸는 돈으로, 정부가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별도의 한도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 당해연도에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재정증권과 성격이 같다. 금리는 정부와 한은의 협의하는 수준에서 결정되지만 통상 시중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세수가 부진했던 지난 99년 2조5,000억원을 빌려 쓴 적이 있다. 한은 차입금은 급전 조달이 용이하지만 유동성이 늘어나 물가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통화 팽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재정증권을 발행하면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지만 소비심리를 감퇴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재경부와 예산처는 물가상승 압박이 가중되더라도 소비심리를 위축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인 만면 금감위는 물가불안이 더 급하다는 논리다. 내수침체와 물가상승 이라는 2중의 압박을 받고 있는 현재의 경기상황에 대한 인식과 처방의 차이라고 해석된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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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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