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이 차기 회장 인선이 사실상 매듭지어졌지만 기업 지배구조의 틀에서는 아직도 손질해야 할 맹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오는 3월 말 이후 출범할 차기 이사회 구성 작업을 추진 중이지만 그 내용은 주로 인선안에 쏠려 있을 뿐 이사회의 권한과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개선논의는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기존의 이사진이 차기 사외이사 후보까지 물색하는 '이너서클(inner circle)의 고리'를 끊는다거나 지주사가 자회사 임원 인사까지 좌지우지하는 행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전무하다. ◇끼리끼리 엮인 사외이사후보추천위=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인선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내정한다. 문제는 사추위의 인적 구성이나 후보군 선정에 대해 금융당국 차원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사추위는 기존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구성되기 십상이며 심지어는 수년씩 똑같은 인물이 사추위 위원을 장기간 연임하기도 한다. 하나지주의 경우 지난 2008년의 사추위원이 올해까지 4년째 연임하고 있다. 최근 경영권 분쟁을 문제를 일으켰던 신한지주에서도 2008년 사추위 위원 5명 중 4명이 이듬해에 그대로 연임했고 그중 2명은 올해까지 사추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지주는 아예 사추위 구성 현황 공개를 꺼리고 있다. 사외이사로부터 견제를 받아야 할 대표이사 회장 등 최고경영자(CEO)가 사추위의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돼 있는 것도 문제다. 한 금융그룹의 관계자도 "CEO가 사외이사 후보 인선까지 결정하다 보니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저해될 소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후보군 물색도 주먹구구식이다. 업체에 따라서는 외부에 새 사외이사후보 물색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의 경영진이나 사외이사가 지인을 소개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사추위원의 장기 연임에 일정 한도 내에서 제한을 두고 매년 사추위원 명단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이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이사회는 유명무실화=금융지주가 은행 등 주요 자회사 임원 인사권을 거의 독점하면서 자회사 이사회가 무력화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우리지주의 경우 2009년 은행장 선임권한을 은행 이사회에서 지주 이사회(자회사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로 이관했다. 물론 이 과정에 해당 후보추천위원회에 은행 측 사외이사 1명이 참석하기는 하지만 7석 중 1석에 불과해 결정적인 의사결정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KB지주에선 그동안 국민은행 이사회(행장추천위원회)가 행사해오던 은행장 인사권이 지주의 '계열사 대표 후보추천위원회'로 이관됐다. 신한은행에서도 자회사경영위원회가 신한은행장직을 비롯한 자회사의 주요 임원 인사를 좌지우지한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자회사 CEO의 후보추천권은 자회사 이사회가 갖고 지주는 이를 추인하는 방식 등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