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라크 테일리스크 글로벌경제 덮치나 ] 중동 전역 종파전쟁 확산 우려에 미국 갈팡질팡… 직접파병 배제 방침


급진 수니파 성향의 이라크 반군이 수도 바그다드 인근까지 진격한 가운데 이란·터키·시리아 등 주변 국가들의 개입도 본격화되고 있어 이번 사태의 불길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은 정규군인 혁명수비대를 동원, 이라크 정부군의 티크리트 탈환 작전을 펼쳤다. 지난 2011년 말 이라크에서 공식 철군한 미국은 "무력수단을 포함한 모든 해결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행동은 주저하는 모양새다.

빠른 속도로 북부 주요 도시를 석권한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는 12일(현지시간) 바그다드에 대한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맞서 전열을 재정비한 정부군도 방어태세를 강화한 상태다. 수도 바그다드는 ISIL에 반대하는 시아파 비율도 높고 군사력도 갖춰져 있는 만큼 거센 교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같은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이라크 정부를 도와 반군에 함락됐던 티크리트를 거의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란 정규군인 혁명수비대 소속 정예부대 '쿠드스(Quds)'의 2개 대대가 12일 이라크 정부군과 함께 티크리트의 85%를 되찾았다. 이라크 국영매체 이라키야TV도 사담 후세인의 고향이기도 한 이 도시가 다시 정부 통제하에 놓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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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주변 국가인 이란·터키·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가 개입해 이번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미 자국민 수십여명이 ISIL에 납치된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시리아·이라크 등 국경을 맞댄 국가에서 급진 이슬람 세력이 준동하면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판단에서다. 헨리 바케이 리하이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터키는 ISIL의 팽창을 막기 위한 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군이나 나토군의 공습기지처럼 서방 측 무력개입의 기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이라크와 터키 국경에 걸친 지역의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이 ISIL의 남진을 틈타 석유가 풍부한 키르쿠크를 12일 점령하면서 이라크가 수니파-시아파-쿠르드족 등 세 갈래로 찢어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사태 해결의 키를 쥔 미국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라크는 분명히 위급상황"이라며 "모든 옵션을 살펴보고 있고 미국의 국가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군사행동에 나설 준비도 돼 있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무인기(드론)나 전투기를 활용한 반군 공습을 고려 중이나 지상군 투입은 배제할 방침이다. 그러나 여론의 반대가 예상되는 지상군 투입보다는 자금·무기나 정보를 제공하는 간접 개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미국으로서는 지난 2011년 이후 3년 만에 이라크라는 수렁에 다시 발을 들여놓기가 꺼려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공화당을 비롯한 미국 내 보수파들은 오바마 정권의 '외교적 참사'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연방 하원의장은 "도대체 뭘 하는 것이냐. 낮잠 자는 것이냐"며 오바마를 몰아세웠다. 워싱턴포스트(WP)의 우파 성향 칼럼니스트인 제니퍼 루빈은 "낮잠 자는 게 아니라 항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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