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보험설계사들이 떠난다

불황에… 처우·위상도 예전같지 않아<br>말소자가 신규 등록자 추월

보험설계사의 위상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탓일까.

장기화되고 있는 불황 속에서 설계사 세계로 입문하는 사람은 줄고 일을 관두는 설계사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3ㆍ4분기 생명보험협회를 통해 전속 설계사로 새로 등록된 사람은 총 1만8,67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매 분기마다 2만명을 넘던 생보업계 입문 설계사 수는 올 2ㆍ4분기부터 1만8,000명선으로 떨어졌다. 손보업계도 사정은 비슷해 올 1ㆍ4분기 3만5,212명이던 신규 등록 설계사 수는 2ㆍ4분기 3만640명, 3ㆍ4분기 2만9,037명으로 하락했다. 반면 설계사를 그만두는 말소자 수는 늘어났다.

생보업계의 지난 3ㆍ4분기 말소자 수는 2만2,593명이었는데 이는 지난해 이후 분기 실적으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이 때문에 올해 설계사 일을 새롭게 시작한 사람(5만7,903명)은 그만둔 규모(6만5,161명)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만 해도 신규 등록자 수가 말소자보다 3,000명가량 더 많았지만 이런 추세가 역전된 것이다.


통상 말소자는 특정 보험사에 전속돼 활동하다가 적을 옮기기 위해 말소 신청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신규 등록자 수가 줄었음을 감안하면 보험사 이동보다는 설계사 세계를 완전히 떠난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가 된다. 손보사도 올 들어 말소자 수가 매 분기 3만명 내외로 지난해보다 증가 추세다. 경기상황만 놓고 보면 금융계 구조조정 등으로 설계사 수가 증가할 유인이 적지 않음에도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보험 산업의 비즈니스 환경이 팍팍해지면서 설계사 수급에서도 그간의 패턴과는 다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보험판매 채널에서 설계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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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42%(초회보험료 기준, FY 기준)에 달했던 설계사 비중은 지난해 21%로 반토막이 났다. 이런 사이 방카슈랑스는 30.6%에서 68.1%로 수직 상승했다. 온라인 채널 득세와 소비자 선택권 배려에 따른 방카슈랑스 확대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설계사 영역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내년부터 보험계약 체결시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의 첫 해 지급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수수료 지급 체계가 바뀌는 점도 설계사 수급의 불균형을 초래할 요인이 되기 쉽다. 새로 시작하거나 이미 활동하고 있는 설계사 모두 단기적인 수입 감소로 시장 연착륙이 버거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도 앞으로 대표적인 특수 고용직으로 꼽히는 설계사의 처우 개선이 이슈가 될 경우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이래저래 설계사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해 지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황진태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커가고 있는 독립대리점(GA), 소비자 보호 정책 등 보험업 관련 규제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느냐가 설계사 입지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결국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춘 설계사만 생존 가능한 시장으로 바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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