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차 비자금' 참여정부에도 불똥 튀나?

현대오토넷 작년 7월에 현대기아차 계열사로 편입

금융브로커 김재록씨에게 제공된 수십억원의 로비자금 창구로 글로비스와 함께 현대오토넷이 추가로 거론되면서 현대기아차의 건축인허가 로비가 참여정부에서도 시도된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장남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는 2001년 2월 설립된 회사지만 현대오토넷은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현대기아차 계열사로 편입된 시기가 작년 7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 타깃이 현대그룹이 아닌 현대기아차의 비자금인 점에 비춰김씨에게 로비자금 수십억원이 건네진 것은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일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이 검찰 주변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은 물론 참여 정부에서도 경제부처와 금융권의 고위 인사들과두터운 인맥을 유지한 김씨가 현대기아차의 `탐욕'을 충족시키는 데 동원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씨가 받은 돈이 건축 인허가와 관련이 있다는 검찰측 설명을 감안하면 로비는 최근 수년 안에 가시화된 현대기아차의 주요 건축사업의 편법 추진을 위해 시도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기아차의 대표적인 건축사업으로는 건축계열사 엠코의 인천 아파트 분양사업도 포함되지만 로비시점이 참여정부라는 변수를 대입하면 서울 양재동 사옥 증축과 현대오토넷의 충북 진천 전장부품 통합공장 건설사업 등으로 압축된다. 사옥 증축은 현대차가 1천700억원을 들여 사옥의 3층짜리 별관 건물을 본관과같은 21층으로 높이는 공사로 작년 5월 착공돼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1천억원 이상을 투자한 진천 전장부품 통합공장은 올해 초부터 3만5천여평 규모의 부지에 세워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건축 인허가와 현대오토넷 진천 공장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현대오토넷 비자금 중 일부가 로비자금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진천 공장과연관성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네비게이션과 차량용 오디오ㆍ비디오 등 전장부품은 수익성이 높은 만큼 현대차가 사활을 걸고 `키우기'에 나서고 있는 분야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오토넷이 2010년에는 현대기아차 매출액의 15%수준에 근접할 만큼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도 현대오토넷을 도요타의 핵심부품업체 `덴소'처럼 키우라는 지시를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런 비화를 소개하며 "현대기아차를 기반으로 현대오토넷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면 글로벌업체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전장부품에 걸린 이런 기대를 감안하면 현대기아차가 진천의 공장부지 확보 및건설 인허가 등을 위해 금융브로커 김재록씨를 내세워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접근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김재록씨가 국민의 정부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 고위 인사들에게도 `검은 손길'을 뻗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도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여 수사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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