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고발 폭증 불보듯…"기업 노무관리 재앙"

기업 "비용부담 물론 이미지에도 큰 타격"<br>별도 중재채널서 벌금부과안은 우리측 반대<br>"노동법 수준 현실화·투명 집행 계기될수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노동분과 협상에서 ‘공중의견제출제도’(PCㆍPublic Communicationㆍ퍼블릭 커뮤니케이션) 도입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자 재계는 “PC 도입으로 노조와의 분쟁이 폭발적으로 늘어 향후 핵폭탄급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를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 노동기준이 낮은 미국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 역시 PC 도입에 따라 행정수요가 크게 증가,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반면 PC 도입으로 국제기준보다 높은 현행 국내 노동법 기준을 현실화하는 토대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도개선을 통해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없어지며 법 집행이 장기적으로 투명해질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다. ◇PC 도입 협상 진행상황=미국은 FTA로 인해 자국 내 노동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 체결한 모든 FTA의 노동 챕터(Chapter)에 ‘PC’ 조항을 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과거 체결한 FTA에 PC 조항을 포함시킨 적이 없다. PC는 FTA 협상 타결 후 미 의회의 승인 여부에 주요 변수 중 하나여서 우리 측 협상단은 도입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중간선거에서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은 민주당이 상ㆍ하원 중 하나는 장악할 것이 확실해 미측의 PC 도입 요구를 우리 측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 측 협상단은 PC를 통해 고발된 사건이 양국간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별도의 분쟁해결 절차에 회부해 벌금까지 부과하자는 미측 요구는 과도하다고 판단, 반대하고 있다. 최대 1,500만달러(약 150억원)까지 부과되는 벌금은 해당국 정부가 지불해야 한다. ◇PC, 한국 기업 노무관리에 재앙=국내 노동 문제에 대해 민주노총 등은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 등과 연계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 미 정부의 개입을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PC 제도가 현재 발효된 상태라면 최근 금융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 근로자에 대한 생리휴가 미지급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의 여성인권단체와 노동자단체가 “한국 정부가 금융기관의 생리휴가 미지급 관행을 노동법 위반으로 판단, 적극적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행정소송이 한국 내 급증하고 있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 관계자조차 “국내 노동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커 곳곳에서 고발이 횡행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특히 국가간 분쟁으로 비화되고 여론의 주목을 끌게 돼 해당 업체들은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국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비슷한 취지의 절차 및 제도와의 중복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용과 인력의 낭비가 클 것이 분명해 미국과의 최종 협상과정에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한국 법인이 미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했을 때도 PC로 인해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PC는 기본적으로 미국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어서 미국 내 우리 기업이 노동 문제로 엄청난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법 현실화 계기 될 수도=PC 도입 초기는 혼란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나치게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내 노동법을 현실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한미 FTA 협상이 완전 타결돼야 PC 도입이 확정되는 것이고 국회 비준 등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미리 손을 쓴다면 노동 관련 제도는 선진화하면서 비용은 최소화할 수도 있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기업 등 이해관계자에게 PC 제도를 충분히 설명하고 정부도 대처를 한다면 큰 피해는 예방할 수 있다”면서 “한미 FTA를 통해 국내 제도의 선진화를 촉진할 수 있는 한 분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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