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나라당은 아직도 당직 인선 중


기자들이 취재하는 방식 중 '귀대기'라는 것이 있다. 닫힌 문이나 벽 가까이에 귀를 대고 안에서 들려 나오는 소리를 엿듣는 방식이다. 사실 아무리 귀가 좋은 사람이라도 굳게 닫힌 문 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정확하게 알아듣는 것은 힘들다. 그런데도 요즘 한나라당 출입 기자들은 아침마다 '귀대기'에 열중한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어김없이 당 지도부 간 고성이 오가기 때문이다. 당직 인선 논의를 할 때마다 여의도 당사 복도에는 화가 잔뜩 난 누군가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당직 인선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새 지도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아직까지 인선이 끝나기는커녕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홍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자신의 측근인 '김정권 카드'를 내밀면서 '캠프 인사' 논란이 발생했고 여의도 연구소장과 제1ㆍ2 사무부총장 인선 과정에서는 '계파 나눠먹기' 논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유승민ㆍ원희룡 최고위원은 논의 중간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버렸으며 나경원 최고위원은 분을 참지 못해 눈물을 글썽거렸다. 급기야 지난 27일 지명직 최고위원의 인선을 둘러싸고는 '호남 배제'라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충청권과 호남권에서 한 명씩 지명하던 관례와 달리 충청권 인사 두 명이 제시되면서 최고위원은 물론 대표 뜻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었던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까지 절대 불가를 외쳤다. 원 최고위원은 굳은 표정으로 기자실로 내려와 앞으로 홍 대표의 지도력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금 한나라당은 안팎으로 위기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당직 인선이라는 첫 걸음조차 제대로 떼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면 위기가 더 커질 것이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는 또 국민들에게 서로 반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7ㆍ4 전당대회에서 '하나된 한나라당'을 만들겠다던 다짐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혹시 홍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만들고 싶은 한나라당은 '하나된 한나라당'이 아니라 '나만의 한나라당'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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