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하변으로 눈을 돌려 보자. 하변에 생긴 흑의 확정지는 35집 정도.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흑은 많은 희생을 치렀다. 원래는 흑의 진영이었던 우하귀가 백에게 넘어갔고 좌하귀의 백집도 불어났다. 그렇다면 흑이 하변을 지키느라고 들인 정성은 다소 미련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지는 않아요. 이건 신념의 문제인데 흑은 형세가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하변의 흑은 집으로만 치자면 35집 정도지만 거기에 플러스 알파가 있어요. 세력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실직적인 집은 더 붙을 겁니다. 그렇기 해도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흑이 다소 웅크린 태도를 보인 것만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 찬성할 수는 없습니다."(홍민표)
"왜 그렇게까지 웅크렸을까?"(필자)
"원래 이창호9단의 스타일이 그래요. 특히 30세가 넘고 나서는 무조건 조심성 일변도로 가고 있어요. 그것이 준우승만 6회를 한 이유라고 보아야 될 겁니다."(홍민표)
백68 이하 76은 예정된 수순. 좌변의 경계선이 정해지고 나니 이제는 끝내기만 남은 느낌이다.
"참 막막한 바둑이 되었구먼. 도대체 어디서부터 끝내기를 해야 하는고?"(필자)
"중원의 주도권이 문제가 되겠지요. 이런 장면에서 판을 좁혀가는 능력은 이창호가 세계제일이니까 어디 한번 지켜보지요."(홍민표)
장고 15분만에 이창호가 둔 수는 초심자의 착점 같은 흑77이었다.
"절묘한 응수타진입니다."(홍민표)
집으로 손해를 입지 않으려면 백은 참고도1의 백1로 내려서야 한다. 그러면 흑은 2로 젖혀 중원을 키운다. 만약 백이 참고도2의 백1로 올라서면 흑2 이하 6의 선수끝내기를 할 수 있다. 잠깐 생각하던 강동윤은 실전보의 78로 올라섰다. 역시 이 응수가 지금은 최선일 것이다. 중원 절충이 쌍방의 과제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