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1928~1987) 타계 20년이 되는 해. 한국 미술계에서 그를 만날 수 있는 전시와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월 크리스티 한국 사무소에서 100억원대의 ‘오렌지 마릴린’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인사동 쌈지길의 ‘앤디 워홀을 만나다’전과 서울대 미술관의 ‘앤디 워홀 그래픽’전 그리고 내년 3월 삼성 리움의 블록버스터급 회고전에 이르기까지 팝아트의 원류를 제대로 짚어볼 수 있는 기회다. 워홀은 미술의 대량생산을 시도한 인물로 자신의 작업장을‘공장(factory)’으로, 스스로를 ‘상업 미술가’라고 불렀다. 그는 “왜 꼭 독창적이어야 하지? 독창적이지 않으면 왜 안 되지?”라고 반문하며 당시 작가들 사이에는 터부시 됐던‘조수(assistant)’를 쓰는 데도 죄책감이 없었다. 1960년대 전성기 당시 공장에는 15명 이상의 조수가 워홀의 아이디어를 80여장씩 찍어내기도 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그리고 대중매체가 본 궤도에 올랐던 1960년대 미국의 사회상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있다. 서울대 미술관 전시는 미국 뉴욕시립대학(CUNY)과 대학 교류전으로 60여 점의 판화ㆍ드로잉과 아티스트 북과 영상 등을 만날 수 있다. 워홀이 패션지 일러스트레이터로 근무하면서 그렸던 초창기 작품부터 87년 병원에서 수술 후 부작용으로 깨어나지 못하기 직전에 그렸던 ‘위장(camouflage)’ 연작 등 전 생애 판화 대표작들이 들어왔다. (02)880-9504 인사동 쌈지길도 미국에서 들여온 앤디 워홀의 작품 30여 점과 이동기ㆍ김을ㆍ박진우 등 기성작가와 앤디 워홀 공모전 당선작가 등 한국작가 40여 명의 작품을 내년 1월 25일까지 전시한다. 전시에 소개되는 워홀의 작품은 마릴린ㆍ구두ㆍ꽃ㆍ권총ㆍ바나나 등 대표적인 판화 연작과 보기 드문 대형 타피스트리 등. 워홀 붐은 내년 3월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개최하는 워홀 20주기 회고전에서 절정을 맞는다. 리움이 미국 피츠버그 앤디워홀 뮤지엄과 함께 기획하는 전시는 내년 3월 8일부터 6월 3일까지 워홀의 전생애 주요 작품 200여 점을 보여주는 블록버스터 급이다. 워홀의 회화ㆍ조각ㆍ판화ㆍ드로잉 등 미술 작품 뿐만 아니라 영화감독으로서 만든 그의 영화도 상영하는 입체적인 전시라는 게 리움 측의 설명. 정형민 서울대 미술관장은 “왕광이 같은 중국 팝아트 작가는 작품 속에 중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녹여내지만, 한국 미술계 팝아트는 아직 정체성이 불분명 측면이 있다”며 “팝아트 원류인 앤디 워홀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지역 미술문화 속에서 팝아트가 가야 할 길을 찾기 위해 마련한 전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