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통·제조업 협력시대 꽃핀다

PB공동개발·물류통합시스템 구축등지난달 초 신라호텔 5층 발렌티어룸. 화려한 조명 아래 500여명의 기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모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바로 할인점 삼성홈플러스가 마련한 '협력업체 비젼 설명회'자리였다. 이승한 사장 등 임원진들은 이날 무대에 올라 회사의 중장기 청사진을 자세히 소개하고 협력업체에 푸짐한 선물까지 안겨 주었다. 대형 백화점의 협력업체 사장들은 지난달 중순 뜻하지 않은 과일선물세트를 건네 받았다. 롯데와 현대 등 백화점들이 협력업체를 일일이 찾아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며 선물을 증정했기 때문이다. ◇유통, 제조 끌어안기 제조와 유통의 관계가 이제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과거 계약서 대로 '갑(甲)과 을(乙)'로 대변되던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상생과 윈-윈(win- win)관계로의 질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유통업체는 기업의 경영목표와 비젼을 협력업체와 공유할 뿐만 아니라 윤리경영 실천, PB(자체 상표) 공동개발, 물류통합시스템 구축, 매출 및 재고 정보 교류 등 구체적인 상생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다. 할인점과 백화점을 동시에 거느리고 있는 신세계도 일찍부터 윤리경영을 선언하는 등 협력회사와의 올바른 관계 정립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신세계는 협력회사 임직원에 대한 호칭을 개선하고 계약서상의 갑ㆍ을 표현까지 아예 바꿔 버렸다. 협력업체는 외국처럼 파트너사로 변경됐으며 무기명 설문조사를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최근 상품본부 홈페이지를 별도로 구축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에 나섰다. 협력업체는 이제 마우스만 클릭하면 거래상 애로사항과 상품행사의 결과 진행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됐다. 협력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6월초부터 업계 처음으로 외상채권 담보 인터넷 대출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신세계는 올들어 어음 발행을 전격 폐지하고 구매전용카드를 도입했다. 이승한 삼성테스코사장은 "과거 악습과 관행으로 찌든 유통업계에도 이제 혁신적 사고와 새로운 동반자관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PB상품 전성시대 PB상품은 제조사와 유통업체가 함께 발전하는 '윈윈전략'의 대표적인 성공사례. 제조사는 안정된 판매망과 매출 증대 효과를, 유통업체는 저렴한 가격에 높은 마진을 올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마트는 현재 4,500여 개 품목을 개발, 생산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해 유통마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이중 자연주의는 점포마다 별도의 전문매장을 설치할 만큼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추고 있다. 300여개의 PB를 운영하고 있는 홈플러스는 올해를 '기획상품 개발 원년'으로 책정하고 본격적인 PB개발에 착수했다. 홈플러스는 2005년까지 PB상품을 통해서만 전체 매출의 23%를 차지하는 2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한화유통은 고품질의 PB상품인 '한화명품'을 개발, 오골계란을 비롯해 참기름 들기름 등 다양한 전통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과제와 전망 그러나 제조와 유통의 관계가 바로 서자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통업체의 발 빠른 행보가 단지 체면치레에 그칠 뿐 일과성 행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본질적인 거래관계의 공정성은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이 수익성을 내세워 협력사에 비용 부담을 떠넘기거나 인력을 착취하는 고질적인 병폐는 제조업체를 옥죄고 있는 실정이다. 유통업체는 제조사의 입장에 서서 올바른 상거래를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야 할 때다. 오랜 관행에서 화석처럼 굳어져온 접대문화나 무리한 납품가격 인하 등은 이제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그 길만이 제조와 유통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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