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연구자는 흥으로 큰다

장재원 부경대 물리학과 교수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우리나라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대학정원 감축 소식은 크게 우려되는 일이다. 대학원생 감소에 따른 연구 경쟁력 저하 우려를 떨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대·2000년대와 비교해도 현재 대학원 진학생의 감소는 현저하다. 이 같은 대학 연구자원의 감소에 더해 '이공계 위기론'도 여기저기 고개를 들면서 더 이상 대학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됐다. 세계각국이 장기불황의 그늘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국부(國富) 재고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 향상과 고부가가치 산업창출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기초연구와 기술개발이 더욱더 약진해야 하는 시기다 .

위기의 이공계 구할 감성적 해법 필요


필자는 과학기술로부터 국가 창조력을 키우는 방법이 무엇인지 가끔 자문한다. 우리 연구수준은 크게 도약했다. 연구논문의 수를 예로 들어도 알 수 있다. 대학과 학계에서는 연구논문의 양적 팽창만이 아닌 질적 수준의 향상을 기하자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령인구의 감소와 함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이공계 위기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된다. 만족스럽지 못한 대우와 기업에서 전문직 종사자의 짧은 생명력이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공계가 제대로 대우받게끔 사회 각층이 노력해야 한다는 말로는 모범답안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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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성적 방법이 아닌 감성적 대안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대학정원이 줄어들고 있다지만 여전히 과학기술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있다. 이들의 꿈을 지켜주고 더 자라나게 하도록 돕는 것이 해답이다. 한민족은 예로부터 풍류를 아는 '흥(興)'이 많은 민족이다. 한류도 흥의 민족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이러한 민족성으로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많은 일들을 해냈다. 이공계를 지원하는 학생들 또는 이미 이공계에 몸담은 학생과 종사자들을 우울하고 참담한 현실에 지쳐가게 내버려두기보다는 이들의 흥을 돋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과학자·공학자 스스로 사명감을 갖고 진리탐구라는 희열을 통해 흥을 얻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학생들이 연구자로서의 기쁨과 희열을 만끽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밤을 새가며 부단한 노력으로 얻어지는 연구 데이터에 대한 간절함, 불분명한 현상이 명쾌하게 해석돼는 순간의 오묘함, 실패한 실험이라고 낙심했던 연구 데이터에서 전혀 생각지 못한 재미난 연구실마리를 발견할 때는 '어떤 실험도 실패한 실험이 아니다'는 명제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물론 힘든 순간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들을 극복하고 얻는 것이기에 희열은 배가 된다.

연구자 사명감 갖도록 환경 조성해야

작고한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스몰리 교수의 'Be a scientist, and save the world(과학자가 돼서 세상을 구하라)'라는 명언을 보면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연구자로서 어떠한 사명감이 필요한지 되새기게 된다. 이공계를 희망하거나 이미 연구자로서 삶을 시작한 모든 이들은 흥이 나는 연구를 해야 하며 나아가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훌륭한 연구자들의 모범사례를 발굴하는 등 연구자들의 흥을 북돋아 주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이공계 위기론은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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