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세계경제] (상) 비즈니스마다 '삭풍'이 분다 美·中 소비심리 급랭…기업들 '직격탄'서브프라임 충격파…"美 내년 가계소비 600억弗 줄것"삼성전자·현대車등 해외 경쟁사 저가공세 대응책 부심"지금은 세계시장 급변 맞춰 창조적 전략 모색 서둘때" 박태준 기자 june@sed.co.kr 일본 전자업체 마쓰시타는 지난해 11월 블랙프라이데이(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이 시작되는 11월 넷째주 목요일)를 기점으로 미국 시장에서 PDP TV 가격을 20%가량 떨어뜨렸다. 이 여파로 미국 가전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동안 현지시장 방어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올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강타한 미국에서 마쓰시타는 지난해와 같은 시기에 추가 가격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때를 맞춰 소니도 중국에서의 저가전략을 미국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소비위축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제히 경고 사인을 보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경제에서 진행되는 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기업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환율 움직임이나 유가 고공비행, 주변 경합국들의 경제구조 개편 가속화 등을 둘러보면 우리 기업들은 마치 '심판과 관중, 그라운드 사정 모두가 불리한 어웨이 게임'을 치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내년 미국 가계소비 600억달러 줄 것"=가장 큰 문제(경제환경 변화)는 미국의 소비위축. 갈수록 떨어지는 집값 때문에 미국 중산층의 지갑이 굳게 닫혔다는 점이다. 신용조사 업체인 글로벌인사이트는 부동산 평가손에 따른 가계소비 위축효과를 1달러 평가손(가격하락)당 6센트 정도로 산출했다. 이를 근거로 현지 언론들은 "내년까지 미국 주택 가격이 5% 하락할 경우 가계소비는 600억달러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글로벌 신용경색을 가져온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유증이 만만찮게 진행되고 있다. 그나마 신흥 소비국 역할이 기대됐던 중국은 경제규모가 커졌음에도 아직 글로벌 경제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급속한 자본주의체제 도입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재테크에 목말라 하던 중국인들이 자동차나 TVㆍ냉장고는 물론 최근에는 주택 구입도 뒷전으로 미뤄놓은 채 주식시장에 몰입하고 있다. 증시로만 몰리는 중국인의 여윳돈이 백화점이나 자동차 매장으로 흐를 기미가 아직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국내 기업 대책마련 부심=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면서 삼성전자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주력시장인 미국을 꾸준히 유지ㆍ발전시켜야 하는데 경쟁상대인 마쓰시타와 소니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가격을 떨어뜨려 시장을 지키자니 경영실적 악화가 두렵고 수익성을 유지하자니 시장지배력이 떨어질 것 같아 불안하다. 현대차 역시 마찬가지 상황. 현대차는 지난 4일 미국 앨라배마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늘어만 가는 재고물량을 처리할 수 없게 되자 감산이라는 극약처방을 쓴 것이다. 앨라배마 공장 가동중단을 결정한 후 정몽구 회장은 "국제유가에 서브프라임 문제까지 겹치면서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해 감산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유가와 환율하락 등으로 가뜩이나 힘겨운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의 소비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내수시장도 살얼음판=그나마 꿋꿋하게 버텨오던 내수시장이 언제 무너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기업들로서는 부담스럽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하반기 소비심리 호조를 세일이나 계절적 요인에 따른 착시현상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증시 활황에 따른 일시적인 매출증대 효과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노은정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부장은 "현재 국내 실물경기와 소비경기는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내년에는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 경영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가 최근 가격혁명을 내걸고 3,000개의 자체 브랜드(PL) 상품을 내놓은 것도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최근의 글로벌 신용경색을 교훈 삼아 국내 기업들의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한창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가를 줄이기 위해 생산공장을 이전하는 식의 전략은 이제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은 보다 창조적이고 다양한 전략을 모색한 후 이를 '실험'하는 시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한진 KOTRA 차장은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는 어떤 제품을 '싸게 잘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잘 팔 것인가', 즉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입력시간 : 2007/10/28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