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유리천장 없는 기업 생산성 높아… 금융권 여성인력 지원 앞장을

■ 조윤선 여가부장관 특별강연<br>가족친화기업 표창 받은 SK이노베이션 인재 몰려<br>일·가정 병행할 수 있게 원격·재택근무 활용 필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25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경금융전략포럼' 에서 '미래 창조경제의 주역, 여성'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금융권의 유리천장은 매우 견고해서 여성 고용 비율은 높지만 여성 임원 비율은 매우 낮다"며 "이제는 여성인력이 가사와 노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은행의 경우 임원 193명 중 여성 임원은 단 1명이고 10대 손해보험사도 여성 임원 비율이 313명 중 2명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여성인력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지금과 같은 기형적 성별구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로 볼 수 있다.


조 장관은 25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경 금융전략포럼의 특별강연을 통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인력의 활용을 막는 장벽이 많은데 금융권이 먼저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힘써주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대졸여성 고용률은 60.1%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특히 금융권의 여성 고용 비율은 44.8%로 전체 평균(36.9%)에 비해 높지만 여성관리자 비율은 12.9%로 전체평균(17.8%)을 크게 밑돌아 대표적인 유리천장 업종으로 꼽힌다.

조 장관은 "금융권의 주요 인사들이 모인 이 포럼만 해도 테이블에 앉아 있는 참석자 중 여성 비율이 턱없이 낮은데 바로 이 모습이 우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여성인력에 대한 기회보장 없이는 국가적 숙제인 고용률 상승을 성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구체적인 예시를 들며 여성인력에 대한 기회보장이 기업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가족친화 우수기업 인증 수여식에서 최고상인 대통령 표창상을 수상한 SK이노베이션은 4년간 여성인력에 대한 지원정책을 실시한 결과 우수인력을 대거 영입하고 생산성 역시 크게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에게 여성임원을 많이 발탁한 결과 개선된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대뜸 평균 100대1이었던 입사경쟁률이 1,000대1로 늘었다는 답을 내놨다"며 "가족친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으니 훌륭한 여성인재들이 스스로 찾아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유리천장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정관념을 바꾸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강제는 필요하다는 뜻으로 경영진을 향한 조 장관의 제언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여성인력에 대한 편견이 공고해 경영진이 부서장들에게 인식의 전환을 강요하는 톱다운 방식이 아니면 절대 불가능하다"며 "SK이노베이션의 경우도 노력하지 않는 임원을 퇴출시키면서까지 노력한 결과 지금의 보텀업(Bottom-up) 형태의 가족친화적 문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조 장관은 동시에 사회구성원 다수의 인식전환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연장을 가보면 남자화장실은 한가한 반면 여자화장실은 늘 줄이 길게 늘어진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는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을 간과한 데 따른 차별적인 결과"라며 "일반 국민들도 차이를 외면하면 뜻하지 않은 차이를 낳게 된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국내 기업이 인식전환 노력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원격근무 ▦재택근무 ▦단시간근로 ▦선택적 근로시간 등과 같은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여성인력의 활용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장시간 근로인 만큼 유연한 근무제를 활용하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여성들에게 일과 가정은 양립할 수 없다"는 편견을 충분히 깰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직원이 육아휴직을 내면 직업정신이 뒤처진다는 단순한 편견을 갖고 있다"며 "기업이 먼저 다양한 근무제를 통해 여성의 직업연장을 보장한다면 여성인력들이 자기영역에서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정부 차원의 여성인력 우대정책은 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여가부는 '여성 경제활동 확대 및 양성평등 확산'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여성인재 10만명을 양성하며 가족친화경영을 확대하자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기업들의 여성인력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가족친화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도 시행한다. 국가인증을 받은 기업에는 ▦정부입찰 가점부여 ▦보증료 감면 ▦세무조사 유예 ▦산업기능요원 배정우대 ▦지원금리 우대 및 연회비 할인 ▦융자추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조 장관은 "세계은행은 저개발국가를 지원할 때 여성의 일자리와 복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사전에 평가해 예산을 책정하는 '성(性) 인지 예산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한국도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정부는 이미 각 부처가 국정과제를 수립할 때 성인지 예산 여부를 적극 검토하라는 지침을 마련해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먼저 나서서 공공 부문의 유리천장부터 깨도록 하겠다"며 "목표치를 설정해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민간 부문의 협조도 당부했다. 특히 여성인력 채용 비율이 높은 금융권의 솔선수범을 기대했다. 현재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은 기부문화에 동참하고 있으며 100대 기업 가운데 77곳이 기부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나눔행사는 대부분 이벤트성에 국한돼 있고 정부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과 취약가정에 대한 지원은 미흡하다.

조 장관은 "여가부는 돈을 갖고 사업을 하는 부처가 아니라서 늘 인원과 예산의 부족을 겪고 있다"며 "가능한 한 많은 국민들에게 우리의 일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대국민 접촉도가 높은 금융기관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융권이 협조할 수 있는 부문으로 ▲여성인재 등용 ▲여성기업인에 대한 인식 개선 ▲여성 등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 등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의 여성지원은 2%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정부도 여성인력 지원을 강화하겠지만 금융기관 역시도 사회공헌사업을 펼칠 때 이러한 부문에 특히 신경을 써주길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박해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