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골프파문'에 휩싸인 이해찬(李海瓚) 총리의 거취 문제가 해임과 유임 사이를 오가면서 그 결말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빠져들고 있다.
골프파문 초기 사퇴 쪽으로 기정사실화되는 듯했던 이 총리의 거취문제는 이번주초 청와대와 총리실 고위관계자들의 `이 총리 구하기' 발언이 연이어 나오면서 유임 쪽으로 급선회하는 기류를 보였다.
그러나 청와대가 골프파문의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는 가운데 이 총리가 10일 한국노총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려던 계획을 돌연 취소, 유임론에 제동이 걸린 듯한 조짐이다.
이 총리의 돌연한 외부행사 불참결정은 측근인 이강진 공보수석의 골프라운딩구설수에 이어 3.1절 골프당시 `100만원 내기'가 있었다는 `악재성' 보도가 연이어터진데 따른 `로키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당장 총리실 관계자도 이 총리의 불참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논란이 있는 가운데 대외행사에 총리께서 직접 참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이 총리 거취문제가 일도양단하듯 결정내릴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웅변해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분권형 국정운영을 해온 정부쪽 입장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의중과관계없이 `이 총리 유임'이 단순한 희망사항 수준을 넘어선 듯한 느낌이다. 유시민(柳時敏) 복지장관은 내놓고 유임을 희망하고 있다.
반면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어내야할 열린우리당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골프파문이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조짐을 보이는데 청와대와 총리실 주변에서는 유임론이 계속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당 입장에서는 이 총리 유임시 지방선거의 고전이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청와대와 총리실의 기류에 `역주행'을 하면서 이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것도 부담이되는만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지방선거 준비에 `올인'한 정동영(鄭東泳) 의장도 고민을 숨기지않고 있다.
정 의장은 10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최고위원들과 만찬을 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최근 상황이 우리당을 점점 어렵게 하고, 시험대 위에서게 했다는 점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정 의장은 이어 "지도부를 믿고 신뢰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책임도 막중하다"며"앞으로 바닥의 민심을 잘 새겨듣고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잘 경청해 가면서 고민을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 의장은 다음주부터 소속 의원들을 선수별로 만나 의원들의 여론을 수렴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이 소속 의원들을 연쇄 접촉해 `바닥민심'을 새겨듣겠다고 강조한 것은전날 최고위원 만찬 논의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날 만찬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당이 민심을 반영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역할을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아프리카 순방 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귀국 후 바닥민심을 직접 전달하자는 주장을 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총리의 거취 문제와 관련, 당이 명확한 의견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정 의장의 선택은 그다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총리 거취문제는 사안의 성격상 대통령의 고유 인사권에 속한다는 점에서 당이 목소리를 높일 경우 여권내 갈등만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의장도 이 총리 거취 문제가 여권 내 파워게임으로 비치는데 대해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당직자는 "당이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전달하고 싶어도, 노 대통령은 `갈등형 이슈'를 가지고 당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 의장이 노 대통령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이미 밝힌 것처럼 `공직자와 정치인은 신중해야 하고, 나라와 당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은유적인 표현 말고 할 말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청와대가 이 총리의 골프와 관련돼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는 것과 관련, "청와대가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을 내린다면 당에서 할 말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이 총리의 거취는 노무현 대통령이 귀국하는 오는 14일 이후에나 가닥을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중인 노 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해 아직까지는 가타부타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이 그만큼 고민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