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美 저널리스트 눈으로 본 'DJ' 그림자

■ 김대중 신화 (도널드 커크 지음, 부글 펴냄)


한국 현대사에서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했다. 거듭된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돼 햇볕정책을 펴나갔던 인물이다. 지난해 타계해 민족의 지도자를 잃었다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을 정도로 DJ는 '거목'이었다. 세계인들 조차 그를 두고 평생에 걸친 민주화운동과 대북화해 정책으로 넬슨 만델라나 레흐 바웬사와 같은 인물로 추앙한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인간' 김대중이 아닌 '위인' 김대중이라는 한 단면만 부각시킨 평면적인 해석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시카고 트리뷴 등 미국 유력 언론의 서울 특파원으로 30여년 근무한 저널리스트 도널드 커크는 DJ의 삶을 좀더 다각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회고한다. 지금까지 소개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책은 그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쓴 게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한국에서 DJ가 지니고 있는 상징적 권위를 생각하면 그를 쉽게 비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저자는 편견을 배제한 채 김 전 대통령에게서 보지 못했거나 보았더라도 애써 무시해왔을지 모르는 다른 '반쪽'을 살려내는 역할을 한다. 우선 DJ가 군대에 가지 않은 이유를 거론한다. 커크는 "그가 군대에 가지 않은 이유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며 "기회주의적인 기업인으로서 김대중은 자신이 군인으로 복무하는 것보다 기업인으로 일하는 것이 국가에 더 효과적으로 기여하는 길이라고 당국을 설득시켰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인 쇼맨십을 곱지 않게 바라본 대목도 있다. DJ가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올 때 미국 국무부는 그가 서울에 도착할 때 그의 안전을 보장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해 이미 확답을 받아놓고 있었다. 그런데도 DJ는 스스로 장렬한 모습을 취했다고 꼬집는다. 김 전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아키노와 같은 운명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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