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영순의 눈이야기] 무더운 여름날의 추억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최근 10년 동안 안과분야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특히 기술적 발전에 못지않게 환자들의 의식변화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오랜 세월동안 많은 환자를 수술하고 치료를 하면서 잊혀지지 않는 일이 하나 있다. 무더운 여름으로 기억되는데 오후 6시 외래진료가 끝나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려던 참이었다.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눈썹이 찔러 눈이 불편한데 시간이 늦을까 서둘러 왔는데 치료를 좀 해주면 안되겠냐고 말했다. 옷을 갈아입고 막 퇴근하려는 간호사들의 눈치를 보면서 환자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빨리 해결해 주려고 현미경 앞에 앉았다. 검사를 해보니 눈썹 하나가 각막을 심하게 찌르고 있었다. 그래서 한 개를 뽑고 혹시 그 옆에 있는 것도 닿을 듯 싶어 여유 있게 두 개를 더 뽑았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했다. 왜 허락도 없이 눈썹 두 개를 더 뽑았냐고 난데없이 소리를 지르면서 따지는 것이었다. 자기 몸에 있는 걸 물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했다고 엄청난 항의를 했다. 가까스로 환자를 진정시켜 보낸 후 빈 진료실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봤다. `의사는 환자의 입장을 생각하려고 하는데 환자는 의사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제대로 진료를 할 수 있을까`. 만감이 교차되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런 무례한 사람을 배려해 줄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후회도 하면서 허탈한 마음에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환자를 위하지 않는 의사는 존재할 수 없다. 의사는 환자를 통해 보람을 느낄 뿐만 아니라 명예도 지킬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환자와 의사는 같은 생각, 같은 목표를 갖고 달려가는 동반자이다. 다행히 요즘엔 문화의식이 향상되어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하찮은 일로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달려드는 환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조그만 꼬트리를 잡아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풍토도 많이 사라진 것은 다행한 일이다. <박영순ㆍ윤호병원안과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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