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장 호·불황 따라 엇갈리는 제작비 규모<br>영화계 작년 수익률 -30%… 촬영·인건비 대폭 줄여<br>뮤지컬계 시장 급성장 맞아 수십억 투입 대작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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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살 빼기' 뮤지컬 '몸집 불리기'
문화시장 호·불황 따라 엇갈리는 제작비 규모영화계 작년 수익률 -30%… 촬영·인건비 대폭 줄여뮤지컬계 시장 급성장 맞아 수십억 투입 대작 잇달아
강동효기자 kdhyo@sed.co.kr
뮤지컬 '대장금'
영화 '죽어도 해피엔딩'
영화는 다운사이징(downsizing, 규모축소)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뮤지컬은 업사이징(upsizing, 규모확대)으로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올 상반기 개봉작 가운데 '그 놈 목소리' 외에는 전국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한 작품이 없었던 한국 영화계가 불황탈피를 위해 제작비를 대폭 줄이는 군살 빼기로 돌파구를 마련 중이다. 반면 뮤지컬계는 호황을 맞아 영화에 버금가는 유례없는 제작비를 쏟아 부으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역전되는 영화ㆍ뮤지컬 제작비 추세= 평균 제작비 35억을 넘나들던 한국 영화계는 올들어 다운사이징이 한창이다. 8월 23일에 개봉하는 임원희ㆍ예지원 주연의 '죽어도 해피엔딩'은 제작비 17억으로 관객 공략에 나선 대표적 작품.
댄스그룹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출연하는 영화 '꽃미남 연쇄테러사건'도 8억으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이다. 이천희ㆍ한지혜 주연의 '그 사랑을 만나다' 역시 제작비로 7억원이 책정됐다.
반면 뮤지컬계는 500석 이상의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의 평균 제작비가 10억 정도라는 속설은 옛말이 되고 있다.
창작 뮤지컬 '대장금'과 '댄싱 섀도우'가 각각 2~3개월의 공연 기간 동안 발생하는 극장 대관료ㆍ배우 출연료 등 관리비용까지 합쳐 각각 60억ㆍ50억원에 제작된 작품들. 탤런트 허준호가 제작해 화제를 모은 창작 뮤지컬 '해어화(解語花)'도 제작비가 30억을 넘는다.
돈키호테를 소재로 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역시 17억의 제작비를 투입했다.
◇뮤지컬은 덩치 키우기, 영화는 마른수건도 다시 짜기= 이처럼 뮤지컬 제작비가 큰 폭 늘어난 이유는 뮤지컬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로 인한 것. 최근 인터파크의 2007년 상반기 공연 결산에 따르면 뮤지컬은 전체 공연 예매 시장의 64%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함께 영화 제작사들이 뮤지컬 제작에 뛰어든 것도 뮤지컬의 덩치를 키우는 큰 원인이다. 지난해 개봉한 뮤지컬 '폴인러브'의 경우 영화 제작사 시네라인-투에서 만든 작품이고 가수 유진이 출연해 화제가 된 '댄서의 순정'은 원작 영화를 만든 컬처캡미디어가 50% 투자해 만든 뮤지컬이다.
이밖에 올 하반기부터는 '라디오 스타', '미녀는 괴로워' 등 히트 영화들이 속속 뮤지컬로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를 뮤지컬로 재창조하는데 영화제작사들이 직ㆍ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영화계 자본이 흘러 들어온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성훈 CJ엔터테인먼트 기획마케팅 팀장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의 연이은 실패로 방향성을 잃은 영화계 자본이 급성장하는 뮤지컬계로 건너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영화계는 지난해 평균 30%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마른 수건도 다시 짜기' 식의 제작비 줄이기에 여념이 없다. 영화 '죽어도 해피엔딩'의 제작을 맡은 김명화 프로듀서는 "촬영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숙달된 스태프만 최소 인원으로 고용해 인건비를 대폭 낮췄다"고 말했다.
또 1억 미만의 조연 개런티를 아끼기 위한 이유에서 스타급 조연들을 사용하지 않는 영화도 늘어났다. 윤문식, 유해진, 나문희 등 극중 감초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하반기에 제작되는 영화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차승재 싸이더스 FNH 대표는 이와 관련 "배우와 감독들의 높은 개런티와 인센티브가 제작 환경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제작비 9억을 들인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이 성공을 거둔 것처럼 참신한 아이디어와 연출력 만으로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7/26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