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중국 양질전화… '전거복철' 되새길 때


최근 중국 최대 TV 제조사인 TCL이 한국이나 일본보다 앞서 퀀텀닷(양자점) TV를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퀀텀닷은 같은 해상도에서 발광다이오드(LED) TV보다 선명한 화질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제는 중국이 디지털 강국인 한국과 일본을 앞서 나갈 정도의 저력을 보이는 셈이다.

'양질전화(量質轉化)'는 양의 증가가 질의 변화까지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요즘 중국 기업들의 진화 방향이 이에 해당된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을 때 보여준 '빠른 추격자' 모델을 벤치마킹해 디스플레이패널·LED·TV·휴대폰 등의 분야에서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실제 BOE·차이나스타 등 중국 TV 패널 업체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최신 8세대 라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오는 2016년에는 8세대 라인 수가 8개가 돼 5개인 한국을 추월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 토종업체들은 자국에서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컴퓨터·세탁기·에어컨·냉장고 등의 내수시장을 장악했다. 한국이 우위였던 대형 평판 TV 시장도 이미 중국 업체에 주도권이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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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얼은 양질전화의 상징이다. 하이얼은 지난해 전 세계 대형가전 시장의 9.7%를 점유해 5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냉장고 공장 건설, 일본 산요의 상용세탁기 및 가전 냉장고 사업과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부 인수 추진, 알리바바와의 제휴, 뉴질랜드 가전회사 피셔앤드페이컬 인수 등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힘을 더 쏟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일하던 중국 기술진을 모아 지난 2010년에 설립한 휴대폰 업체 샤오미는 올 2·4분기 중국 시장에서 13.8%의 점유율을 차지해 기존 1위 업체였던 삼성전자(12.2%)를 추월하기도 했다.

중국의 양질전화 앞에서 우리는 '전거복철(前車覆轍)'이라는 단어를 되새겨야 한다. 앞에 가던 수레가 뒤집힌 자국이 있으면 뒤따라가던 수레는 자연히 조심하게 된다는 말이다. 우리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핵심 부품과 소재를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는 바람에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을 뺏겼던 점을 잊지 말고 앞으로는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과거 일본의 위치로 올라갈 각오를 다져야 한다.

양질전화를 앞세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최고의 소재·부품 기술 확보·유지에 대한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선제적인 뿌리기술, 소재·부품 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은 전거복철의 기본 중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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