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항생제 과다처방한 병원명단 공개하라"

법원 첫판결… 의료계 반발

감기처방시 항생제를 과다 처방한 병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항생제를 적게 처방한 의ㆍ병원은 공개됐으나 과다 처방한 병원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의료계는 이 같은 판결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권순일 부장판사)는 5일 참여연대가 항생제를 과다 처방한 병원 명단 등을 공개하라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의료기관의 항생제 사용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고 원고 승소판결했다. 공개대상 정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1∼2004년 지역 및 요양기관 종류, 병원 표시과목별로 급성상기도감염(단순 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사용률을 평가한 결과 중 1등급(상위 4%)과 9등급(하위 4%)에 속한 병원 수와 명단이다. 즉, 병원규모 및 종류별로 단순 감기에 대해 항생제 처방률 상위 기관과 하위기관이 공개된다. 참여연대가 2005년 초 소송을 제기하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2005년 10월부터 항생제 처방률이 낮은 하위 25%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명단을 공개해 왔다. 그러나 처방률이 높은 의ㆍ병원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항생제 사용 실태를 공개하는 데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무조건적인 공개보다는 점진적 공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며 “이번 판결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전달 받은 뒤 내부적으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이달 말께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복지부와 심평원이 명단 공개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는 까닭은 병원별 진료 환경에 대한 설명 없이 항생제 처방률만으로 요양기관에 대해 줄세우기식 평가를 내리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의사협회 등 의료단체 등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항생제 사용률 상위 병원 명단이 공개되면 소비자들이 특정 병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협 관계자는 “항생제 처방은 환자의 질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데 처방률만 무조건 공개하면 오히려 환자들이 의사에 대해 불신감만 키우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국민의 건강 선택권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항생제 처방률은 환자들이 의사의 처방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고 병원을 자주 찾아옴으로써 높아지기도 한다”며 “무조건 병원만 탓할 것이 아니라 환자들의 잘못된 병원 이용 행태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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