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꺼리는 겨울공사로 시공능력 우수성 인정 "극동지역 진출 교두보 될것"
| 대우건설이 러시아 사할린 남부 코르사코프 해안가인 프리고노드노예에 아야슈즈키 해저에서 채굴된 천연가스를 액화상태로 만드는 LNG플랜트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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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섬의 주도(州都)인 유즈노 사할린스크에서 남쪽으로 40km 떨어진 프리고노드노예. 사방 어디를 둘러 보아도 드넓게 펼쳐진 목초지와 바다가 전부인 이 곳에 2007년 가동을 목표로 LNG(액화 천연가스) 플랜트가 지어지고 있다.
천연가스는 기체인 만큼 그 자체로는 수송이 불가능하다. 선박을 통해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천연가스를 -163℃에서 액화해 LNG 상태로 운반해야 하는데, 대우건설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같은 LNG 플랜트의 배관 및 철골공사다.
전체 프로젝트 개요는 사할린 섬 북방에 위치한 해저 광구에서 천연가스(원유 포함)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LNG 플랜트와 터미널이 있는 프리고노드노예로 이송하는 것으로 일명 사할린 2단계 개발사업(사할린-Ⅱ LNG 프로젝트)으로 불린다. 총 공사비는 100억 달러 규모로 대우건설을 비롯한 7개국 14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수주한 LNG 플랜트 배관 및 철골공사는 7,750만 달러 규모로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이번 공사의 성공적인 수행을 통해 앞으로 발주될 3단계, 4단계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사할린 섬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 극동지역의 석유 매장량은 253억5,000만 배럴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천연가스도 2조7,959억㎥에 달한다. 이중 사할린 섬에는 원유 225억 배럴, 2조2,020억㎥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계획중인 프로젝트만 6개에 달한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은 3, 4단계는 물론 5, 6단계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특히 대우건설의 시공능력은 추가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할린 섬은 남북간 길이가 948km에 이를 정도로 길다. 남쪽 지방은 11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북쪽 산간 지방은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눈이 오며, 영하 30℃까지 내려가는 ‘동토의 땅’이다. 그 만큼 공사여건이 열악하다는 것. 이 때문에 일본 업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업체는 이 기간 동안 아예 공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이를 ‘위기이자 기회의 시간’ 으로 활용했다. 지난해 6월 공사를 수주하자 마자 곧바로 겨울 공사에 착수, LNG 플랜트의 기본 골격을 세운 것. 공기 단축과 공사비 절감이라는 목표도 있었지만 대우건설의 시공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 같은 계획은 보기 좋게 맞아 떨어져 대우건설은 LNG 플랜트 배관 및 철골공사 외에 600만 달러 규모의 주변 유틸리티 설치 공사를 추가로 따냈다.
대우건설의 이 같은 성과는 추위에 약한 동남아 건설인력을 통해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 평가 받고 있다. 현재 대우건설의 공사현장에는 사할린 섬에 거주하는 한인, 러시아인, 필리핀인, 태국인 등 84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필리핀인과 태국인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대우건설의 나이지리아, 리비아 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김상돈 사할린 현장 차장은 “대우건설의 해외 현장에서 각종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한 인력 및 장비를 고스란히 가동하고 있어 공사 단가나 공기를 맞추는 데 상당한 프리미엄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이번 공사가 사할린 섬 및 극동지역 건설 수주의 확실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사할린 3, 4, 5, 6단계 개발사업 참여는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 연해주, 중국으로 이어지는 송유관 건설공사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이번 공사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현우 대우건설 상무 겸 현장 소장은 “국내 건설업체로는 사할린에 처음 진출한 대우건설이 시공능력을 유감없이 발휘, 발주처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며 “이번 공사를 통해 사할린에 대우건설의 혼(魂)을 확실히 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