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학군지도 바꾼 강남 재건축] 래미안·렉슬 고급아파트 들어서며 역삼·도곡·단대부중 떠올라

입주 때보다 전셋값 3억 ↑

잠실 리센츠·엘스 아파트도 6년 만에 4억 이상 껑충

옛 도곡주공아파트 재건축 후 고급 주거촌으로 탈바꿈한 서울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와 단지 앞에 자리잡은 대도초등학교 전경. 강남 지역의 낡은 저층 소형 아파트 재건축이 잇따라 마무리되면서 인근 학군 지형도도 바꿔놓고 있다. /신희철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교육'이다. 지난 2012년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은 '교육환경과 아파트 전세 가격의 관계 분석'이라는 논문을 통해 2008~2010년 강남 3구 아파트 1,225개 단지를 대상으로 전셋값을 조사한 결과 서울대 합격생이 1명씩 늘어날 때마다 해당 지역 전셋값이 197만원 올랐다는 분석을 내놓았을 정도다. 최근 강남권 일대에 나타나고 있는 학군 지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재건축 효과'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았던 학교가 인근 고급 아파트 단지 입주 이후 명문 학군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이와 함께 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가 지역 매매·전세값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학군과 부동산이 상호 작용하면서 새로운 학군 지도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재건축으로 외연 확장되는 강남 명문학군=전통적인 학군 수요 강세 지역인 강남으로 눈을 돌려보면 학군 수요와 관련된 새로운 모습은 더욱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최근 4~5년 사이 강남 지역에서 신규 입주 아파트가 크게 늘면서 새 아파트가 학군 수요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남 학군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도곡동 일대다. 1985년 서울지하철 3호선 개통 이후 대치역 사거리 인근에 '강남 빅3'로 불리는 개포우성·선경·미도아파트가 분양되면서 이 일대는 '교육1번지'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대형으로만 구성된 새 아파트에 공무원과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인근 학교의 인기가 치솟았던 것이다. 특히 대치초등학교에서 대청중학교로 이어지는 라인은 강남 교육의 엘리트 코스로 이름을 날리며 대치동 학원가의 전설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곡동과 역삼동에 위치한 한티역 인근으로 학군의 중심지가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 이 일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도곡주공·영동주공 등 저층·소형아파트만 자리잡고 있던 지역에 2005년부터 역삼 래미안, 도곡 렉슬, 래미안그레이튼 등 새 아파트 입주가 잇따르면서 교육 수준이 향상된 덕분이라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도곡 렉슬 85㎡(전용면적 기준)의 전셋값은 2006년 입주 당시 5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 말 기준 7억9,000만원으로 3억원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매 가격이 14억2,500만원에서 11억2,500만원으로 급락한 것과 대조적으로 교육 목적에 따른 전세수요가 상당한 영향을 끼친 탓이라는 분석이다.

도곡동 C공인 관계자는 "고급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역삼·도곡·단대부중이 급격히 부상해 이제는 강남에서 손꼽는 명문 중학교로 꼽힌다"고 전했다.


◇학군따라 잠실 아파트 전셋값도 차등화=송파구 잠실 지역 역시 재건축 아파트가 학군지도를 변화시킨 사례다. 당초 이들 지역은 전용 30~40㎡ 안팎의 소형 아파트가 몰려 있던 탓에 강남권 수요자들로부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곳이다. 하지만 잠실주공1~4단지가 재건축을 통해 매머드급 고층 아파트촌으로 변신하면서 전세수요가 몰려 해당단지들은 아파트 전셋값 급등의 진앙지가 된 상태다. 잠실 리센츠와 엘스 85㎡의 전셋값은 2008년 입주 당시 2억5,000만~2억6,000만원 수준이었지만 2014년 현재 6억5,000만~7억원 선으로 6년 만에 4억원 이상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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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리센츠의 경우 잠실지구 내 5개 단지 중에서도 유독 인기가 높다. 단지 내에 초·중·고등학교가 모두 자리잡고 있다 보니 12년 동안 이사 없이 자녀 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잠실동 88공인 관계자는 "단지 내 명품유치원으로 유명한 럭키유치원부터 잠신초·중·고등학교가 모두 있어 원스톱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이 전세수요를 부추긴다"며 "리센츠는 인근 엘스·트리지움 같은 평형대에 비해 전셋값이 2,000만~3,000만원가량 비싼데다 전세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소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학 기피로 변화하는 목동신시가지 부동산 지형도=양천구 목동 일대 아파트 전세시장은 학부모들의 공학기피 현상이 변화를 가져온 사례다.

남녀공학 중학교에 대한 기피 현상이 생기면서 남자 중학교에 배정 받을 수 있는 단지 전셋값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가파른 분위기다. 여학생들의 내신성적이 남학생보다 좋은 경우가 많다 보니 아들을 둔 학부모들이 남녀공학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목동의 명문으로 꼽히는 월촌중학교를 배정 받을 수 있어 이전부터 인기 주거 지역으로 꼽혔던 신시가지 5·6단지는 남자 중학교인 양정중학교 배정도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더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전셋값 역시 같은 면적이라도 신시가지 내 다른 단지보다 2,000만~3,000만원가량 더 높은 상황이다.

목동 E공인 관계자는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시험이나 수행평가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아 내신성적 관리 때문에 남중·남고로 가려는 부모들이 꽤 많다"며 "사춘기인 남학생이 이성교제에만 관심을 가질까 염려해 격리하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특정 인기 학군 지역에 대한 수요 쏠림 현상과 전셋값 급등에는 정부의 과도한 전세보증금 대출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저리 대출로 이자부담이 적다 보니 수요가 적절하게 분산되지 못하면서 매물부족과 가격상승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단지 전셋값은 아무리 학군이 좋다고 하지만 상식 수준을 넘어선 상태"라며 "결국 전월세 시장 문제도 부동산 시장 외적인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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