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도시계획은 도시의 외연적 확산을 자제하면서 기존 시가지의 효율적 재활용을 통해 개발수요를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수도권과밀개발을 막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베를린 도시개발을 총괄하는 한스슈팀만(Hans Stimmann) 상원건축국장(Senatsbaudirektorㆍ사진)은 “도시계획은 기존 도시의 특성과 자연환경을 살리면서 통일 후 증가한 개발수요를 충족시키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베를린 도시정책의 큰 틀을 설명했다.
지난 94년 작성된 `베를린 토지이용계획94(FNP 94ㆍFlchennutzungsplan Berlin 94)`도 이 같은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10~15년 단위의 도시개발 마스터플랜을 제시기 위해 짜여진 FNP94는 도시공간의 새로운 수요를 충족시킬 때 내부 개발이 외적 팽창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 또 도시내부에서도 녹지와 같은 열린 공간을 다른 용도로 개발하는 것은 철저히 피하고 있다.
슈팀만 국장은 “베를린처럼 성곽으로 둘러싸여진 데다가 녹지율이 44%에 이르는 한정된 공간에서 외곽으로의 도시확산 없이 고밀도 개발을 진행하면서 녹지와 기존의 도시특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도시개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 같은 원칙을 유지하면서 도시를 개발하는 방법은 바로 기존 도시 내 토지이용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는 것이었다. 베를린시는 토지이용이 잘못된 곳의 용도를 바꾸고 고밀개발이 필요한 지역의 경우 건축가능 밀도를 상향조정했다. 또 재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주택ㆍ상업ㆍ업무용지를 확보했다.
베를린 시는 이 같은 방식으로 모두 40만가구의 신규 주택공급과 500헥타르(haㆍ151만여평)규모의 산업용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슈팀만 국장은 “기존 도심의 고밀개발로 인한 교통문제는 자동차 순환도로와 도시철도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통일 이후의 베를린 도심 재활용은 주로 동베를린지역에서 발생했던 사회기반시설 부족현상을 해결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부작용도 발생했다. 슈팀만 국장은 “도시 인프라에 과다한 비용이 투자됨에 따라 교육과 복지 등 당장 피부에 와 닿는 분야의 복지예산이 삭감됐고 통일비용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들의 세금부담이 매우 큰 상태여서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수도 이전 후에도 국제선 항공편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기업들의 본사이전이 예상만큼 많지 않은 점도 지역경제 발전속도를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그늘은 당초 개발격차가 컸던 동ㆍ서독의 통합과정에서 한번쯤 겪어야 하는 마찰로 이해하고 있다는 게 슈팀만 국장의 설명이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