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의 거대 암초인 상품가격의 고공행진, 마침내 멈추나.`
지난 28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시사가 천정부지로 치솟던 주요 원자재 가격에 급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FRB가 `초저금리 유지` 문구를 삭제한 것이 달러가치를 급반등시키고 그 연쇄효과로 상품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
일부에서는 금값 폭락에도 불구, 본격적인 하향 추세로 전환한 것은 아니고 국제유가 역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을 축소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데 따른 것으로 `반짝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축인 중국 수요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FRB가 정책금리 인상을 준비하는 신호를 보냈고 이에 따라 달러 및 달러표시 자산의 가치 제고를 기대하는 매수세가 늘 가능성이 커 달러 반등에 의한 원자재 가격 하락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달러 강세 기대감, 원자재 가격 급락 이끌어=금ㆍ구리 등 17개 상품으로 구성된 로이터-CRB선물지수는 29일 264.40에서 260.67로 3.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한해 9.5% 상승하며 약 달러로 인한 상품가격의 인상폭을 대변했던 이 지수가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원자재 가격 하락은 기조적 움직임의 가능성도 비치고 있다.
지난 한해 20% 가량 상승했던 금 가격은 이날 뉴욕시장에서 2월물이 하루 만에 16.1달러나 폭락, 97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금 선물가격은 지난해 11월26일 이후 400달러 아래에서 거래된 적이 없었다.
달러 약세로 국제 투기자금이 쏠리며 치솟던 국제유가도 OPEC이 생산량을 축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등 수급요인 외에 환율까지 겹치며 투기자금이 이날 하루 급격히 빠져나왔다. 29일 뉴욕시장에서는 그 동안 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을 전망했던 거래자들이 투매로 돌아섰다.
◇원자재 가격 추이, 미 금리인상 시기가 관건=원자재 가격의 하락세를 이끈 달러 반등의 지속 여부는 FRB의 금리인상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달러 약세의 또 다른 원인이 됐던 무역수지 적자 추이 역시 달러의 향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11월 전문가의 예상을 훨씬 하회하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만일 12월에도 적자폭이 감소한다면 달러가치 하락을 은근히 유도해온 미 당국의 입장도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기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FRB는 금리인상이란 카드를 꺼내 들 게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시기다. FRB는 이번 금리동결과 관련한 성명에서 FRB의 정책 축이 인플레이션 방어 쪽으로 한 클릭 더 움직였음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특히 6월 금리인상이 유력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일러야 올 11월 대선 이후를 점치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30일 발표된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금리 인상이 다소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 상무성는 이날 4분기 GDP 성장률 예비치가 당초 전망치 5.0%보다 낮은 4.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원정기자 ab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