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새로운 물결이 오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최근 경영진과 고위 엔지니어들에게 보낸 ‘인터넷 소프트웨어 서비스’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새로운 인터넷 혁명이 매우 ‘파괴적(disruptive)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선언했다.
또 “이제는 수백만의 사용자들이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며 “우리에게 도전하는 경쟁자들을 이기기 위해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게이츠 회장의 이메일 경영이 주목을 받는 것은 1995년 웹서비스 사업과 2000년 인터넷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했을 때 등 회사에 중요한 전략적 변화를 꾀할 때마다 새 바람을 일으키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이에 대해 ‘MS 주도의 문화혁명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게이츠 회장은 또 MS의 혁신을 이끌 수장으로 레이 오지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지목하고 이메일 말미에서 “레이 오지 CTO가 앞으로 MS가 추구할 사업의 윤곽을 제시했다”면서 “그에게 새롭게 개편한 3개 사업부의 온라인 서비스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겼다”고 밝혔다.
아이디어가 뛰어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유명세를 얻은 오지 CTO는 자신이 설립한 그루브 네트웍스가 올초 MS에 인수되면서 MS의 CTO 자리에 올랐으며 이번 ‘윈도 라이브’와 ‘오피스 라이브’ 개발을 주도했다. 이미 영입 당시부터 MS가 오지 한 사람을 노리고 그루브를 통째로 인수했다는 소문이 업계에서는 파다했다.
게이츠 회장의 이번 이메일은 MS가 그동안 오프라인용 소프트웨어 판매에 치중한 탓에 인터넷 업계에서 새롭게 떠오른 구글과 야후 등에 밀리고 있다는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구글은 검색 엔진 외에도 인터넷 미디어ㆍ전화 등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온라인 광고 시장을 독식해 MS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이츠 회장은 따라서 이번 이메일을 통해 MS의 부진을 자성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에 ‘올인’할 수 있는 내부역량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FT는 그러나 게이츠 회장이 후방 지원을 약속했지만 오지 CTO에 대한 MS 내부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지적했다. 우선 그동안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MS의 소프트웨어를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무료로 배포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내부 비판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