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월드컵] 소통·신뢰… 허정무 용병술 통했다

허정무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한국이 8년 만에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내며 허 감독은 "남아공에서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이루겠다"는 약속을 지켜냈다. 허 감독의 유연한 리더십은 새 역사를 만들어낸 원동력이 됐다. 허 감독은 지난 2007년 12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월드컵 도전이었다. 지난 1998년 8월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했던 허 감독은 2000년 11월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당시 허 감독은 '독불장군'으로 알려졌다. 타협을 모르고 자기 주장만 내세운다는 비판이 자자했다. 10년 세월 동안 허 감독은 괄목상대할 만큼 변했다. 강경했던 이미지는 온화하게 바뀌었다. '호랑이 감독' 스타일을 버리고 친근하게 선수들에게 다가섰다. '소통의 힘'을 강조하며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교환을 보장했다. 일방통행적, 수직적인 지도 체계를 버리고 선수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팀은 지난달 30일 벨로루시전에서 졸전 끝에 0-1로 패배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허 감독의 표정이 굳을 정도로 내용이 좋지 않았다. 허 감독은 다음 날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면담 끝에 훈련을 취소하고 휴식을 지시했다. '과거의 허 감독'이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리스와의 일전을 앞둔 9일에도 선수들과 탁구와 테니스를 즐기며 재충전에 앞장 섰다. 믿음의 용병술도 눈에 띈다. 박주영(AS 모나코)은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세 차례나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쳤다.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자책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허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에도 박주영을 최전방에 배치하며 신뢰를 버리지 않았다. 박주영은 후반 4분 천금 같은 역전골을 넣으며 벤치의 믿음에 화답했다. 백전노장 이운재(수원) 대신 정성룡(성남)에게 주전 골키퍼 장갑을 맡긴 허 감독의 결단도 적중했다. 월드컵 본선 무대를 처음 밟는 정성룡은 일천한 경험에도 불구, 조별리그 3경기에서 안정감 있게 골문을 지키며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숨은 공로자가 됐다.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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