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바둑계] 2000년 전망

◇이창호 독주 계속된다= 이창호는 지난해 기자단이 선정한 「99바둑문화상」에서 만장일치로 5년 연속 최우수기사상 수상자가 되었다. 그의 눈부신 활약상을 뛰어넘은 기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9단은 99년 국내타이틀 5관왕과 승률2위(50승10패), 다승3위, 상금1위(8억1,000만원)를 기록했다.이창호는 2000년에도 비슷한 성적을 올릴 것이라는 게 대부분 바둑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창호의 적수는 이창호뿐이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창호가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한 「창호불패(昌鎬不敗)」의 신화는 계속된다는 이야기다. 지금 이창호의 유일한 적은 「매너리즘」. 10여년동안 1인자로 군림하면서 기보에서 전투의 예기나 전율, 승리의 기쁨이 많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바둑계 일각에서 받고 있다. 그러나 이창호는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보다 바둑연구를 하는 게 더 재미있다』고 말할 정도로 노력파다. 역시 올해도 이창호의 독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신예기사들 「4인방」 벽 넘나= 99년 바둑문화상 수상자로 「4인방」이 최우수기사상·수훈상·감투상을 휩쓸었다. 상금랭킹 역시 1~4위를 차지했다. 최명훈·안조영·이성재·김승준·목진석 등 신예들이 번갈아가면서 타이틀 도전기에 나섰으나 모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바둑계에서는 그 이유를 이들의 기풍(棋風)에서 찾는다. 처음 바둑돌을 잡을 때 우상이었던 이창호의 계산 바둑을 모방하는데 급급하다 보니 「영원한 2인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예기사들은 조훈현·유창혁에게는 곧잘 이기지만 이창호에게는 항상 쓴맛을 보기 일쑤다. 신예들이 창조적인 발상으로 자신의 벽을 넘지 않는한 4인방의 천하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바둑 세계대회 석권은 힘들듯= 99년은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해」였다. 이창호는 LG배와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했다. 중국이 최초로 만든 국제기전인 춘란배에서는 한국의 조훈현·이창호·최명훈이 1~3위를 차지해 중국 바둑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유창혁 역시 일본의 후지쓰배를 움켜쥐었다. 그러나 올해는 한국의 세계대회 싹쓸이에 적신호가 켜졌다. 예를들어 지난 25일 제2회 춘란배 16강전에서 이창호9단을 비롯한 믿었던 한국대표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져 충격을 주었다. 남은 기사는 조훈현9단뿐으로 중국의 마샤오춘(馬曉春)9단과 창하호(常昊)9단,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과 왕리청(王立誠)9단 등의 장벽을 단기필마로 돌파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최근 중국 기사들은 이른바 「공한증(恐韓症)」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 바둑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오고 있다. 반대로 우리 바둑계는「4인방」을 제외하면 국제대회에서 저조한 성적을 내고있다. 특히 이창호가 탈락할 경우 금방 위태로운 지경에 빠지고 있어 신예기사들의 분발이 한층 더 요구된다. ◇일본 바둑계서 한국 기사 선풍= 조치훈·조선진·유시훈·김수준·김현정 등 일본에서 활약중인 한국인 기사들의 활약상이 올해에도 팬들을 기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조치훈9단은 여전히 랭킹 1·2위 기전인 기세이(棋聖)와 메이진(名人)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중요한 대국에서 잇달아 실수가 나오는 바람에 『예전의 조치훈이 아니다』는 말을 듣고 있지만 설명이 필요없는 일본바둑계의 제1인자다. 지난해 랭킹3위 기전인 혼인보(本因坊)를 차지한 조선진9단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제기전인 제4회 삼성화재배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유시훈은 99년 잇달은 불운으로 타이틀도전기 진출에 실패했으나 승률이 60%가 넘는다. 김수준은 조치훈의 애제자. 승률이 80%에 이른다. 최형욱기자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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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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