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0C최후의 대실험유러랜드] 2.단일통화 EU 앞길 잇단 암초

【리스본=문주용 기자】유럽 변방인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최근 시내북쪽으로 8차선의 고속화도로가 새로 건설됐다. 경제살리기에 부심하는 포르투갈 정부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지원받은 20억달러로 건설한 도로다.이처럼 유럽연합은 포르투갈 등 다소 떨어지는 국가들에 대해 구조조정기금을 지원, 회원국간 경제력격차를 해소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회원국간에 엄존하는 경제력격차는 유러랜드의 장래에 불길한 전조를 던지고 있다. 내년1월1일 유러화는 불우한 운명을 가진 채 탄생한다. 잉태 시기부터 세계 유명 경제학자들의 무시와 질타를 받아온데다 아시아경제위기의 여파가 유럽에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태어난다. 빔 뒤젠베르그 유럽중앙은행(ECB)총재는 2일 『기업의 신뢰도 하락, 내수 위축이 유러 11개국에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때문에 유러랜드의 설계자들은 비운의 유러화를 위해 세심한 준비를 했다. 3단계 과정을 통해 유러화를 도입하는 일정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같은 조심스런 접근법에도 유러랜드의 미래는 먹구름에 휩싸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참가국들이 경제정책에서 갈등을 빚을 수 있을 정도로 경제력 차이가 현격하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국내총생산(GDP)대비 공공부채가 118.1%나 되는 이탈리아가 7.1%에 불과한 룩셈부르그와 똑같은 예산정책목표를 지향할리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유러랜드의 설계자들은 이미 한차례 설계도를 수정한 전력이 있다. 프랑스가 지난 96년 탈퇴 협박과 함께 물가안정을 목표로 한다는 안정협약에 성장, 정확히는 고용창출 목표를 추가해 안정성장협약으로 변경시켰다. 특히 유럽의 고질적인 문제인 평균 9.9%에 달하는 실업률을 낮추는 것은 유럽좌파정부의 최대 목표다. 그러나 지난 93년 단일시장 출범으로 인한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보다 적었던 것처럼 유러랜드 역시 고용창출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경우 유러랜드는 강한 통화권의 면모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좌파정부들이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금리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같은 각국의 이해, 좌·우파정권의 시각차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각 참가국간 경제력 차이 해소를 위해 EU가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이 15개 회원국 GDP의 1.3%에 불과, 유러랜드의 엄격한 통화정책을 보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연방제와 같은 예산시스템이 없는 통화동맹은 미완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 이같은 견해에 동조하고 있다. 물가안정을 목표로 한 ECB의 통화정책은 유러화의 총 통화량 공급목표를 GDP대비 4.5% 확대로 잡음으로써 유러화 초기단계에는 유동성 부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유러화가 달러화에 대항하는 새로운 기축통화로 발전하고 유러랜드가 완전 안착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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