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청춘스타 조쉬 하트넷, ‘미녀삼총사’의 여주인공 루시 리우, 부르스 윌리스, 거기다가 모건 프리먼, 벤 킹슬리까지. 영화 ‘럭키 넘버 슬레븐’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캐스팅이다. 웬만한 할리우드 대하 서사극을 만들어도 될 만한 라인업. 그런데 이들이 만들어 낸 것은 엉뚱하게도 소박한 범죄액션스릴러물이다. 영화에 출연한 스타들도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명배우 모건 프리먼, 벤 킹슬리 조차도 거창한 연기를 한다기 보다는 개성강한 인물들을 즐기듯이 연기한다. ‘럭키 넘버 슬레븐’은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나들이하듯 모여 만든 소품이다. 영화는 억세게 운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 주인공 슬레븐(조쉬 하트넷)은 회사에서 쫓겨나고,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는 등 불운이 계속되는 남자. 기분전환을 위해 친구 닉을 찾아 뉴욕에 가지만 정작 친구는 없고 친구를 찾아온 범죄조직에게 닉으로 오인받는다. 슬레븐을 닉으로 착각한 조직의 보스(모건 프리먼)는 그에게 닉이 갚아야 할 거액의 빚 대신, 치열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또 다른 조직의 수장 ‘랍비’(벤 킹슬리)의 아들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여기에 20년 전에 사라졌던 천재적인 킬러 ‘굿 캣’(브루스 윌리스)까지 등장하면서 이 운 나쁜 남자의 인생은 더 꼬여만 간다. 범죄액션스릴러를 표방한 반전영화지만 ‘럭키 넘버 슬레븐’의 마지막 반전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이야기구조가 엉성해서 범죄의 전모를 관객들이 일찌감치 눈치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전영화로서는 낙제감? 그런데 영화는 결코 지루하지 않다. 엉성한 스토리대신 개성있고 독특한 인물들이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억세게 운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상하게 여유가 넘치는 남자 ‘슬레븐’, 호들갑스럽지만 귀여운 검시관 ‘린지’(루시 리우), 20년 동안 바깥 출입을 하지 않은 채 서로를 견제하는 범죄조직보스와 라이벌 조직의 수장 ‘랍비’까지 영화 속 인물들은 현실적이라기보다는 마치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 게다가 일반 액션 스릴러와는 다르게 영화의 리듬이 묘하다. 몰아붙이는 대신 느긋하고 여유있다. 목숨을 담보로 한 두뇌게임이 진행되지만 긴장감보다는 오히려 유머와 경쾌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때문에 영화를 한편 봤다기 보다는 만화 한편을 본듯한 느낌까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