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역삼동에서 뉴질랜드 문화원 부근을 걷다 보면 인도에서 안쪽으로 20m가량 쑥 들어간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보통 육중한 건물이 자리잡고 있어야 할 그 공간엔 삼각형 모양의 화단과 작은 분수가 대신 들어서 있다. 도심 한복판에 화단과 분수가 있는 곳은 역삼1동 문화복지회관. 두 가지 이상의 것이 하나로 섞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문화복지회관은 주민들의 문화복지뿐 아니라 동사무소로서의 기능이 적절하게 배치됐다. 건물은 ‘ㄱ’자 형태의 1개 동이지만 가운데 입구를 주변보다 낮게 설계한 뒤 양 건물의 겉 유리를 다른 색으로 채워 2개 동으로 이뤄진 듯한 효과를 냈다. 이로써 공용 공간을 중심으로 행정과 복지ㆍ문화 기능이 좌우로 구분될 뿐 아니라 주민들의 동선체계도 명료해지게 됐다. 문화복지회관의 입구는 1층과 2층, 두 곳이다. 1층은 주민센터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동사무소와 함께 전시회 등 이벤트를 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고 2층은 문화센터로 주민들이 문화생활을 할 때 이용하게끔 했다. 이처럼 입구가 두 곳인 이유는 휴일 등 행정시설이 폐쇄될 때 문화센터 이용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2층 입구까지 가는 길에는 목재 바닥을 깔아 포근한 느낌을 줬고 2층으로 올라가는 중간에 노천카페를 두어 휴식공간으로서의 모습도 갖췄다. 문화복지회관을 설계한 정영균 희림건축사사무소 대표는 “행정시설과 문화ㆍ복지시설 사이에 독립성을 확보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저층과 상층으로 구분했다”며 “상층도 문화ㆍ복지를 좌우로 배치해 시간대에 따라 가변적으로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문화회관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고 보행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주차장은 모두 지하로 배치했으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지하 공영주차장 전용 선큰가든(Sunken gardenㆍ지하나 지하로 통하는 공간에 꾸민 정원)도 마련했다. 또 건물 뒤편엔 휴식공간이 부족한 주민을 위해 일반 공원에서 볼 수 있는 간단한 운동기구와 벤치 등을 마련해놓아 정면과는 다른 느낌의 쉼터를 제공한다. 정 대표는 “투명성을 강조해 열린 공공기관의 느낌을 살리려 했고 테헤란밸리의 업무지역 특성에 맞게 하이테크 경량재료를 선택해 진취적 이미지를 부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