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휴대폰 신화를 이끈 이기태(사진)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소장(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스터 애니콜'로 통한다. 해외 바이어에게 삼성 모바일의 견고함을 보여주기 위해 휴대폰을 벽에 집어던진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지난해 1월 삼성전자를 떠난 그는 KT, 한나라당 충남지사 등 수많은 영입설을 몰고 다녔다. 그러나 그는 의외의 곳에 둥지를 틀었다. 바로 대학이었다.
연세대에서 총장 수준의 파격적인 예우를 받고 지난 7월 정교수로 임용됐다. 미래 한국 정보기술(IT)을 책임질 인재들을 양성하겠다는 뜻에서다.
26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2년여 만에 기자들과 만난 이 소장은 "애니콜 개발할 때보다 더 힘들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지금 막 망원경에 눈을 가져다 댔는데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 잘 안 보인다"며 "좋은 그림은 더 화려하게 채색하고 나쁜 그림은 더 다듬어가 미래를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소장ㆍ교수 자리를 수락한 배경에 대해 이 소장은 "결국 기술은 사람이 만들고 인재는 교육이 좌우한다"며 "통섭형 인재를 만들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혁신적 연구기틀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과 상품들을 학교에서 시뮬레이션하고 기술은 제품과 연계해야 한다"며 "인재들은 창업하거나 교수가 되는 것 외에 여러 일을 할 수 있고 우리나라가 기술 선도국가로 가는 데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에서 주로 다루고 싶은 분야로는 '에너지ㆍ환경, 바이오ㆍ의료, IT, 나노'를 지목하고 "에너지ㆍ환경은 물과 공기, 바이오ㆍ의료는 노화방지ㆍ진단ㆍ시술과 관련된 것들이며 IT에서는 '스마트' 이후의 제품을 연구하고 나노 역시 지금 나온 것 이외의 것을 생각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보상제도, 평가제도, 연구ㆍ교육 시스템을 모두 바꿔 가게 된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연구교육 시스템이 안착하는 데 10년이 걸릴지, 15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그런 변화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학생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보여주는 데 돈이 부족하다면 지식경제부에 드러누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IT위기론에 대해 그는 "위기감을 안다는 것은 더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곧 다시 올라갈 기회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반박했다. IT에는 사이클이 있고 기업들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곧 반등한다는 것이다.
한편 연세대는 지경부가 추진하는 IT 명품인재 양성사업인 '한국판 MIT 미디어랩 구축' 최종 사업자로 확정돼 해당 연구소 학생에게 앞으로 10년간 매년 1억원씩 투자한다. 간담회에 동석한 이재용 공대 학장은 "수능 점수가 아니라 가능성을 보고 수시모집에서 20명을 선발할 계획이며 이 중에는 외국 학생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