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삼성그룹:5/바르셀로나 비디오 공장(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고용 안정­물류 혁신­완벽 AS 3박자/EU 영상시장 「샛별」로/“하자율 0” 다단계관리 6년 온힘/올 스페인 VCR판매 1위 대결실/“에어컨·청소기 등 가전품도 생산” 제2공장 설립 꿈지중해에 면해 있는 스페인은 비옥한 땅과 좋은 날씨로 한해 5천만명의 사람들이 찾는 유럽의 인기 휴양지다. 놀기 좋은 곳은 기업들에게 사람 부족을 걱정하게 만든다. 생산직 보다 관광 서비스업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 그러나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자동차로 30여분 거리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바르셀로나 현지공장인 「삼성전자 에스파니아」(SESA·Samsung Electronica Espanola, S.A.) 관계자들은 한껏 여유 있는 표정이다. 비결을 물으면 그들은 이렇게 답한다. 『현지화에 성공하려면 「궁합」부터 맞춰봐야 한다.』 기업경영이란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 제반 조건들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총체적 예술」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으뜸은 「사람」이다. 그것은 직원들의 자질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서비스업뿐 아니라 생산업체에서도 마찬가지. 이런 부분에 관한 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SESA의 자부다. 지난 90년 문을 연 이래 직원들의 평균근무기간 4.6년, 퇴사율 1.7%를 자랑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이 27세로 매우 젊은 편인 것을 감안하면 유럽에서 보기 힘든 안정된 구조다. 고용이 안정되면 회사도 안정되고, 제품의 결함도 낮아지게 마련이다. 창의력은 좀 떨어져도 일단 한번 마음을 먹으면 성실히 일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기질이 한국인과 잘 맞는데다 SESA가 위치한 「카탈루냐」지방 사람들은 삼성맨들과 기질이 더욱 잘 맞는다. 잔업은 생각키도 어려운 것이 유럽의 일반적인 근로 조건이지만, 이곳 카탈루냐 지방사람들은 워낙 책임감이 강해 일이 남아 있으면 잔업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관리 직원은 『자재부의 남자 직원 16명이 남아서 밤 12시까지 일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이런 분위기는 유럽내 다른 지역선 생각키도 어려운 일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힘들게 일을 하느니 아예 직장을 때려 치우고 연금이나 받아서 생활하겠다』는 배짱좋은 남부지방 사람들의 속성과는 크게 비교되는 점이다. 물론 「기질」이 맞는다고 만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SESA가 사람문제 고민에서 벗어날수 있었던 데는 스페인의 어려운 취업 사정도 한 몫 단단히 했다.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현재 스페인의 실업률은 17%에 육박하고 있어 확실한 고용불안 상태에 이르렀다. 낙천적 성격과 어느정도의 사회보장 때문에 높은 실업률이 사회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어쨌든 「직장」을 갖고 있다는 점은 스페인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행운이다. 현재 SESA의 1인당 인건비는 시간당 10­11달러선. 유럽내에선 영국보다 높고 독일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동남아의 3­4달러선에 비교하면 경쟁이 안될 정도로 높은 수준. 그러나 본국에서 직원 한사람을 고용함으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경조사비용, 후생복리 비용 등의 부수비용(오버헤드율)이 코스트의 25%선이라면 현지의 오버헤드율은 10%에 미달한다. 삼성은 이런 단점을 비용절감으로 극복했다. 자동화율을 60%로 높여 인건비 코스트를 줄였고, 물류관리시스템인 「3MS 시스템」(Multi Management manufacturing System)을 도입, 품질과 재고 및 사양관리의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 부품에 바코드를 부착, 제품출하 이후 단계에서 결함이 발생했을 경우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는 지를 점검하는 등의 「품질관리」, 박스 표준화 및 자동 라벨링 시스템을 도입한 「사양관리」, 팔렛 단위로 출하제품을 포장, 먼지 및 물량을 방지하는 「출하제품관리」등 다단계 관리를 통해 물류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비용감소 효과를 봤다. 또한 생산인력을 늘리면서도 간접인력은 최소화하는 전략을 고수함으로써 효율적 인력관리에 애쓰고 있다. SESA의 생산성이 본사, 인도네시아, 중국 텐진(천진) 등의 생산라인에 비교, 월등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SESA의 시간당 VTR 생산대수는 2백대로 본사의 1백91대, 인도네시아 공장의1백35대, 텐진의 1백73대등에 비해 최고수준이며, 동일조건에서 생산량도 본사의 76대보다는 뒤지지만 인도네시아의 46대보다는 월등한 73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높은 생산성과 아울러 영국의 생산라인과 유럽 각지의 부품 공급처와 발빠르게 닿을 수 있어 좋다. 항구가 가깝고, 전유럽을 하루만에 트럭으로 커버할수 있어 부품 수급이 쉽다는 점도 입지상의 큰 매력. 95년 매출 3백33억 페세타중 25%가 스페인 내수로, 75%가 프랑스 독일등 EU 국가로 수출된 것도 이런 지리적 여건 때문이다. 때문에 89년 1만5천대, 0.5%에 불과했던 컬러TV의 시장점유율은 올 상반기 중에만 7만9천대, 6.7%로 필립스, 소니에 이어 4위를 마크했고, VCR 역시 89년 5천대, 1.3%에서 올 상반기 6만9천대, 13.7%로 다국적 경쟁사를 제치고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SESA는 내년에 숙제가 있다. VTR 이후의 멀티 미디어 시대에 대비한 첨단 영상 매체 개발과 가전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기 위한 에어컨과 진공 청소기 공장을 마련하는 일. 그러나 SESA는 별 걱정이 없다. 주정부 측에선 현지인 1인당 고용시 55만 페세타의 보전비를 지원해 주고 토지도 싼값에 불하해주는 등 유무형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후한 카를로 스페인 국황 내외가 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11월에는 아예 방한까지 해 한국과의 경제 협력에 적극 나서는 등 스페인 측에서도 이제 한국 파트너의 존재 가치를 새삼 깨달아 가고 있다. 기업이 이끄는 통상 외교 시대는 이제 한국과 스페인의 현실이 되고 있다.<바르셀로나=박은주> ◎현지인 에바가 본 삼성/급여·근무여건 좋아 일사보다 취업 인기 『결혼한지 4년째가 됐지만 아기는 좀 있다가 낳을 생각이예요. 직장이 우선이거든요』 삼성에 입사한 지 만 3년째인 에바 곤잘레스양(26)는 흔히 「놀기 좋아한다」는 스페인 여성에 대한 편견을 말끔히 가시게 하는 성실한 여성. 26명의 직원을 관리하는 라인리더인 에바씨는 자기 성취욕이 매우 강한 일벌레다. 근래들어 가장 기뻤던 순간을 『라인 리더가 됐을 때』라고 서슴없이 대답할 정도. 삼성에 입사하기 전에는 이탈리아 제약사인 「삼본」에 근무했다는 그녀는 『그때보다 급여나 근무여건등이 모두 좋다』며 『사실 소니의 이름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정작 노동자들에게 인기 있는 곳은 삼성』이라며 자신의 직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불만은 있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에바씨는 『엄격한 게 흠』이라고 짧게 답한다. 한국인의 철두철미한 성격이 그네들에겐 다소 부담이 간다는 말이다. 『한해 근무시간이 1천7백80시간인데 시기에 따라 일이 몰리는 일없이 작업량이 분산됐으면 좋겠다』는게 그녀의 바램이다. ◎인터뷰/박상진 스페인 비디오 공장 법인장/“가족같은 분위기 주력… 한국제품 신뢰도 높여 기뻐” ­SESA의 스페인 진출의미는 무엇인가. ▲스페인은 유럽 각지의 삼성전자 현지사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완제품을 전달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 더욱이 본국의 비디오 수출을 늘리기 위해선 EC의 현지조립비율 요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하는게 당면과제다. 결국 유럽 시장을 공략함과 아울러 수출에 대한 견제를 줄일 수 있다는게 큰 성과다. ­법인 개설이 6년이 흘렀다. 그간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처음 삼성이 바르셀로나에 사무실을 열려고 했을 땐 많은 사람들이 일본 기업으로 알았다. 6년이 지난 지금 이제 삼성은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기업으로 당당히 평가받고 있다. 국제 경쟁력있는 회사가 됐다는 얘기다. 총투자규모는 2천3백만달러였고, 이미 지난 94년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VCR의 시장점유율은 스페인에서 1위이며 지난번 한 경영 잡지의 기업이미지 조사에서 삼성이 소니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도 그간 성과의 반영이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는 데는 고충도 많았을텐데. ▲스페인의 인건비가 다소 높은 편이어서 처음부터 자동화에 주력하는등 코스트 절감에 애썼다. 간접인력을 최소화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의 경영정신을 현지식으로 풀어내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또 문화차이에 의한 갈등의 소지를 없애애기 위해 주재원들이 현지언어를 배워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가족잔치 등을 마련하는 등 「가족」같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국내 경기 여건이 매우 안좋은데 향후 사업계획에 지장을 줄것으로 보이지는 않는지. ▲곧 에어컨과 청소기 사업에 진출한다. 본국 경기가 좋지 않으면 아무래도 마케팅 비용 등이 줄어들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지만 그간 투자를 통해 얻은 노하우로 효율적 마케팅 활동을 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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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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