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불붙은 자원전쟁] <2부-4> 아르헨티나

제2부: 프런티어를 가다<br>'포퓰리즘적 정책'이 자원개발 발목 잡아<br>인위적 가격통제·내수시장 우선등 반시장적 행태 만연<br>유전개발업체들 신규투자 꺼리고 생산광구도 매물로<br>세계6위 자원부국 불구 거시경제 상황은 갈수록 악화

아르헨티나는 광물잠재량 평가에서 세계 6위를 기록하는 등 잠재성이 높지만 포퓰리즘적 정부 정책으로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최대 광산인 알룸브레라 금 및 동광산. 동 생산은 세계 9위, 금 생산은 14위인 대규모 광산이다.


지난 11일 일요일 저녁,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택시를 대절해 레콜레타 묘지를 찾았다. 이곳은 13명의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아르헨티나 유명인들이 잠들어 있는 관광명소다. 그러나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90% 이상은 오로지 하나의 묘를 보기 위해 온다. 바로 ‘에비타’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전 대통령 영부인 에바 페론의 묘다. 사생아로 태어나 하층계급을 전전하다 쿠데타를 주도한 군 장교의 정부(情婦)가 되고 마침내 대통령 영부인에까지 오른 그. 노동자계급에게 “구걸하지 말고 당당히 요구하라”며 부자의 재산을 빼앗아 나눠준 그녀. 그의 묘 앞에는 늘 꽃다발이 수북이 쌓여 있고 그를 사모하는 글이 쓰인 각종 카드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현 집권당도 에비타의 정신이 남아 있는 ‘페론당’이다. 2001~2002년 외환위기를 거쳐 2003년 페론당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이 취임했고 지난해 12월에는 그의 부인인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 대통령이 취임했다. 한반도의 12.5배, 남한의 28배에 이르는 광활한 국토를 가진 아르헨티나는 자원부국이다. 특히 석유보다 광물자원이 많은 나라다. 광업전문잡지 ‘마이닝 저널(Mining Journal)’은 국별 자원잠재량 평가에서 아르헨티나를 세계 6위로 평가했다. 중국ㆍ페루ㆍ필리핀ㆍ브라질ㆍ칠레 다음이 아르헨티나이며 멕시코ㆍ볼리비아ㆍ베네수엘라가 그 뒤를 잇는다. 광물자원은 칠레ㆍ볼리비아 국경과 인접한 4,500㎞의 안데스 산맥에 주로 매장돼 있다. 산맥의 정상지역에는 납ㆍ아연ㆍ은ㆍ주석 등이, 산맥 남쪽에는 붕산염ㆍ리튬ㆍ칼륨 등이, 서쪽에는 금과 동이 많다. ◇자원개발 막는 국가정책=자원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세계의 흐름과 달리 아르헨티나의 자원개발은 지금 주춤거리고 있다. 바로 수출세 부과, 세율인상 등 정부 정책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연방정부는 지난해 12월 광업기업들에 광물 수출가격의 5~10%에 해당하는 수출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1990년대 메넴 정부 당시 광업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세금동결 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석유 부문은 더하다. 지난해 11월 석유수출세를 또 올렸다. 2004년부터 현지에서 유전을 개발하고 있는 골든오일의 강종호 지사장은 “5년 전 키르치네르 대통령 초기 5%로 시작된 석유수출세가 점점 오르더니 지난해 11월부터는 아예 현지 주유소 판매가격인 배럴당 42달러 이상을 모두 국가에서 가져가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석유 생산업체들이 현지 정유사에 파는 가격은 마진ㆍ세금ㆍ운임 등을 빼고 배럴당 38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또 아르헨티나 정부는 올 1월부터 휘발유 및 경유의 안정적인 내수공급과 소비자가격 인하를 위해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수출을 금지했다. 국제유가가 아무리 올라도 아르헨티나 유전개발 업자들은 배럴당 38달러로 국내 정유회사에 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 지사장은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그래서 메이저 업체들을 비롯한 많은 유전개발 업체들이 아르헨티나에서 떠나려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근원은 포퓰리즘=아르헨티나 국내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800~900원선이다. 우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올 겨울(7~8월) 수급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천연가스 가격은 볼리비아에서 100만btu당 6.5~7.0달러에 수입하지만 국내서는 1.2~1.3달러에 판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을 무시한 인위적인 가격통제, 내수부족시 관련 물자의 수출금지를 통한 내수시장 우선공급 등 반시장적 경제정책의 뿌리는 무엇일까. 현정부가 노동자 등 서민층에 기반을 둔 페론당 정권이기 때문이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에너지 가격은 철저히 낮게 유지하고 있다. 레콜레타 묘지에 있는 에비타가 현실정치에서 아직도 살아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거시경제상황 역시 악화되고 있다. 3월 초 농업 부문의 수출세 인상조치로 촉발된 농민시위가 2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의 경우 정부는 연 8~9%라고 발표했지만 민간 경제연구소에서는 통계가 조작됐다면서 실제로는 25~30%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통화인 페소화 약세도 심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다가 2001~2002년의 외환위기가 재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 생산유전은 배럴당 10달러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반시장주의적 정책에 지친 유전개발 업체들이 생산광구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즉 지금은 어렵지만 아르헨티나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 오래갈 수는 없기 때문에 ‘사서 오래 버티기’를 하면 분명히 기회가 온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