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제품 가격이 올해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4ㆍ4분기 철광석 등 원료도입 가격은 3ㆍ4분기보다 10%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철강업계가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기로 함에 따라 자동차ㆍ전자ㆍ조선 등 수요업계의 가격인하 기대는 결국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4ㆍ4분기 제품 가격을 3ㆍ4분기와 동일하게 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포스코는 3ㆍ4분기에 원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 해외 제품 가격이 인하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4ㆍ4분기 제품 값을 내리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ㆍ동국제강 등이 포스코와 똑같은 가격을 책정하는 최근의 패턴을 감안하면 업계 전체의 가격 수준도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철강 수요업계는 4ㆍ4분기 제품 가격 인하를 의심하지 않았다. 포스코의 분기별 원료도입 가격의 기준이 되는 국제 철광석 현물(스폿) 시세가 4월 175달러까지 상승한 뒤 꾸준히 내려가 7월 한때 톤당 118달러까지 빠졌기 때문이다. 8월에는 다시 상승해 144달러를 기록했지만 9월 둘째 주에는 140달러선으로 내려왔고 이러한 하락 추세는 4ㆍ4분기 내내 유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4ㆍ4분기 철광석 현물 가격 약세가 예상됨에 따라 업계의 분기 원료도입 가격도 다소 내려갈 것으로 보이지만 포스코가 수요업계의 목소리를 다각적으로 듣고 분석한 결과 굳이 가격을 인하하지 않아도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결론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포스코는 원료도입 가격이 다소 내려간다고 해도 가격을 즉각 인하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포스코는 3ㆍ4분기에 원료 가격이 26% 올랐지만 시장 상황을 감안해 제품 가격은 6%선만을 인상했다. 또 중국과 일본 등의 철강제품 수출 가격 역시 내려가지 않고 있는 것도 포스코가 가격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방패막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수요업계가 현재의 가격을 4ㆍ4분기까지 받아들일 여력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어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업종별 경기 양극화가 심해 전자,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잘나가는'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업종이 철강제품 값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올 들어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지난해 대비 32~33% 이상 가격을 올렸다"면서 "원료 값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 같은 인상폭을 어떤 제조업종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초 '수주 가뭄기'에 울며 겨자 먹기식 저가 수주를 한 조선업계는 수익률 관리에 비상이 걸리고 영세한 기업이 대부분인 주물업계도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강제품 시장과 제철원료 시장의 괴리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원료를 장악하고 있는 해외 메이저들이 글로벌 경기 회복속도보다 앞서 가격을 대폭 인상한 것이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