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법체류자 다시 늘어난다

중소규모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안산 반월공단. 요즘 이곳에서는 대낮에 할일 없이 몰려 다니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일자리를 찾아 동남아나 중국에서 건너온 근로자들이다.반월공단의 한 금형업체 관계자는 『하루에도 서너명의 외국인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회사를 찾아온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불법체류자거나 현장에서 이탈한 산업연수생들』이라고 귀띔했다. 이들 불법체류 외국노동자들이 찾는 곳은 주로 염색이나 프레스·플라스틱 등 국내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3D업종. 하지만 아직 경기회복의 무풍지대인 곳이 많아 이들에게 일자리를 내줄만한 사업장은 그리 많지 않다. 인도네시아인인 발리씨는 『동남아지역에서는 한국이 IMF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에 예전처럼 목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있다』며 『일자리를 구하러 무작정 한국으로 찾아들었다』고 말했다. 발리씨는 아직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다. 특별한 기술도 없는데다 언어소통도 안되는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려는 사업장이 없어서다. 하지만 그는 자국의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귀국하지 않고 공단 이곳저곳을 배회하고 있다. 실제로 법무부의 통계에서도 불법체류 외국인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IMF체제 직후인 지난해 초 만 해도 11만명 수준이던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최근에는 13~14만명으로 늘어났다. 김포공항 역시 밀려드는 불법체류자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공항 관계자는 『올 상반기 동안 위조여권 적발건수가 작년 전체의 64%가 넘는다』며 『이들 중 대부분이 우리나라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찾아든 동남아·중국인들』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찾아드는 「부천 외국인노동자의 집」 관계자는 『한달에 일자리를 구하러 우리나라로 오는 외국인들이 4,000~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국내 경제가 이들의 기대 만큼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어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정식 외국인 근로자들까지 산업현장에서 이탈하게 만들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반월공단에 있는 박승원 해태염색 총무부장은 『비자만기를 앞두고 회사를 이탈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때문에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에서 일하던 15명의 외국인 산업연수생 중 지금 남아있는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 산업연수생들의 사업장 이탈은 연수기간이 끝난 후에도 한국에 더 오래 머물기 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늘어나는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범죄 등 사회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두환기자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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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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