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달라진 룰라, 집권당과 결별 준비 중"

브라질 언론 보도

집권 이후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좌파이념을 고수하려는 집권당과 잦은충돌을 빚으면서 결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이 지난 2003년 초 집권과 함께 때로는 우파보다 더 우파적인 정책을 통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달라진' 모습을 보인 반면 집권 노동자당(PT)은좌파의 가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갈등을 계속해온데 따른 전망이다. PT는 지난해 야당의원 매수의혹 폭로에 따른 정치권 비리 스캔들로 야권의 거센공세에 시달렸던 것을 계기로 좌파의 단결을 내세우며 창당이념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특정 정당이나 세력이 아닌 '브라질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온 룰라 대통령과는 집권 4년차를 맞아 인식의 출발점이 한참 달라졌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평가다. 이 같은 양쪽의 입장차는 지난 25일 브라질 의회가 각급 선거에서 정당연합을자유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브라질은 정당연합이나 연립정부 구성이 보편화돼 있지만 연방 상ㆍ하의원, 주지사, 주의원까지 한꺼번에 선출하는 대통령선거에서는 중앙당이 특정 정당과 맺은 제휴관계가 일률적으로 적용돼 왔다. 의회의 이번 결정은 이 같은 수직적 정당연합의 원칙을 깬 것으로, 대선을 위한정당연합 구도와는 관계없이 각급 선거에서 다른 정당과 자유롭게 합종연횡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다. 오는 10월 1일 대선을 앞두고 "PT만으로는 재선에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이념이나 노선을 따지지 않고 강력한 러닝메이트를 확보하겠다는 룰라 대통령의 전략이 의회를 통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PT는 이날 표결에 참석한 77명 가운데 63명이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룰라대통령의 구상에 사실상 정면으로 반발했다. 룰라 대통령이 최대의 대선 파트너로간주하는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 소속 의원 78명 전원이 찬성한 것과 단적으로 비교되는 장면이었다. 브라질 최대 일간지인 폴랴 데 상파울루는 이에 대해 27일 "룰라 대통령은 지난20여년간 몸 담아온 PT에 염증을 느끼고 있으며, PT 역시 더 이상 룰라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PT는 달라진 룰라 대통령에게 충실하지 않으며, 룰라 대통령도 PT에 대해 마찬가지"라면서 "양측은 결혼관계는 유지하면서 각 방을 쓰는 부부와 같다"고 지적해 머지않은 시기에 결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신문은 이어 룰라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조제 제노이노 전 총재와 조제 디르세우 전 정무장관, 루이스 구시켄 전 대통령 공보수석 등 자신의 오랜 동료이자 PT를 이끌어온 실력자들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PT를 PMDB로 대체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했다. 따라서 룰라 대통령은 PT와 결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대선에서의 역할을 최소화하면서 상원의장을 보유하고 있는 PMDB 및 하원의장을 가진 브라질공산당(PC do B)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대선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룰라 대통령은 이미 PMDB에 부통령직을 제의했으며,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룰라 대통령과 PT에 대한 반감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PMDB도 수직적 정당연합 제한이 풀림에 따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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