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월가 리포트] 질주하는 앵글로색슨족 저력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앵글로색슨식 경제모델을 노골적으로 비판하자 미국과 영국의 경제학자·언론들이 벌떼처럼 나서서 독일 경제모델을 공격하고 있다. 97년과 98년에 아시아식 경제 모델, 특히 일본의 경제운영방식을 비판하고, 고칠 것을 요구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앵글로색슨식 경제모델이 글로벌 기준이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앵글로색슨식 모델은 무엇이고, 앵글로색슨 경제권의 실체가 있는가. 분명한 사실은 앵글로색슨식 모델이 90년대들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그들의 경제권이 하나의 세력으로 집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19세기와 20세기 전반에 세계를 장악했던 대영제국은 쇠퇴했지만, 이른바 앵글로색슨족의 경제권은 20세기 후반들어 다시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과거엔 런던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뉴욕이 중심이다. 90년대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 앵글로색슨 경제권이 하나의 경기 사이클로 움직이고, 비슷한 경제모델을 꾸려가고 있다. 앵글로색슨 국가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듯이 80년대와 90년대초에 걸쳐 대대적인 경제개혁을 단행했다. 영국의 대처리즘,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오스트레일리아의 구조조정, 뉴질랜드의 정부기구축소·공기업 매각 등이 그것이다. 80년대에 일본과 독일이 번창해 2류로 처진데 따른 반성이었다. 그 결과로 앵글로색슨 국가들은 뉴욕 월가 방식의 경제모델을 형성했다. 즉 주식및 채권시장 등 1차금융시장 비중을 높이고, 개인의 저축대신 소비와 투자를 늘렸다. 몇가지 통계수치를 보자.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주식시장 시가총액 규모는 미국이 88년 39%에서 98년 122%로 영국은 68%에서 143% 캐나다 27%에서 62% 오스트레일리아 38%에서 64%로 10년 사이에 각각 큰 폭의 신장율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에 독일은 15%에서 39% 프랑스 16%에서 51% 이탈리아 11%에서 38%로 미미한 증가세를 보였고 일본은 102%에서 52%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도 앵글로색슨계 4개국은 98년에 모두 플러스를 기록한 반면, 독일·일본·프랑스·이탈리아 등 비앵글로색슨계 선진국은 마이너스였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폴 크루그만 교수는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들의 경제가 90년대에 상대적으로 성공한 것은 밀튼 프리드먼 교수의 자유주의 경제이론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앵글로색슨족의 세계시장 지배는 유럽의 대륙국가들로 하여금 단일통화를 구축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그러나 유로화는 출범 첫해에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에 대해 맥없이 떨어졌다. 21세기는 앵글로색슨족의 세계 경제지배로 시작되고, 그 심장은 뉴욕이 될 것 같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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