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사이에 세계적인 여성지도자 두 분이 한국을 방문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부장관과 메리 매컬리스 아일랜드 대통령이 그들이다. 라이스 장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강경파이기에 ‘전사공주(Warrior Princess)’라는 별명을 얻었다. 원래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우던 라이스가 우연히 백악관 구경을 갔다가 검은색 피부로 백악관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정치외교 분야라고 생각하고 뒤늦게 전공을 바꿨던 것이다.
또한 아일랜드는 지난 19세기 중반 감자기근으로 100만명이 굶어죽고 100만명이 조국을 떠난 척박한 환경이었다. 그랬던 유럽의 최빈국 아일랜드가 80년대부터 노사협약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바뀌고 외자와 공장유치에 성공하면서 정보기술(IT)강국으로 부상했다. 지난 16년 간 이 기적의 중심에는 계속 여성 대통령이 있었으며 매컬리스도 2차 연임 중이다.
흔히 21세기 정보화, 디지털시대는 전문성 있는 작은 조직이 오히려 큰 힘을 발휘하며 아울러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크게 돋보이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디지털사회는 여러 방면의 지식을 빠르고 유연하게 네트워킹하는 능력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여성 특유의 섬세함ㆍ상상력ㆍ감수성 등이 여기에 적합하기 때문에 앞으로 여성들이 크게 각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춘지가 미국 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굴뚝산업에는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1%, 여성 임원이 6%에 불과했지만 IT산업에는 여성 CEO가 6.8%, 여성 임원이 45%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21세기를 3F시대(Female, Fiction, Feeling)라고 할 정도로 여성과 디지털사회는 궁합이 잘 맞는다.
하기야 과거 남성지배 시대에도 오히려 여성의 역할이 돋보인 사례가 적지않다. “짐은 영국과 결혼했다”고 독신을 선언한 엘리자베스 1세는 해군강국을 만들고 문화예술을 꽃 피웠으며, 빅토리아 여왕은 이른바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건설했는가 하면, 마가릿 대처 수상은 고질적인 영국병을 과감히 치료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는 이사벨라 여왕 시대였고 중국은 유일한 여황제 측천무후 때가 전란 없는 평화시기였다. 우리나라도 삼국통일의 기틀을 마련하고 체제를 굳힌 선덕ㆍ진덕 두 자매여왕 시절이 신라의 전성기가 아닌가 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여성의 사회진출과 역할이 크게 돋보이고 있다. 유교의 메카인 한국에서 이혼이 급증하고 호주제가 폐지되는 것만도 엄청난 변화이다. 여성의 결혼은 종신징역형이라는 말도 바뀌고 있다. 국산으로 가장 경쟁력 높은 것은 한국여성이라는 말이 허사가 아니다. 한국여성의 사회활동에 출산과 육아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선진국 진입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