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간 '비이성의 힘' 에 당하고 말다

[화제의 책] 스웨이 (오리 브래프먼ㆍ롬 브래프먼 지음, 리더스북 펴냄)<br>본전 생각 못버려 패가망신… 상대방이 평가한 가치 맹신…



# 1. 한 여대생이 새 핸드폰을 구입할 때 요금제를 고르면서 종량제와 정액제를 두고 고민한다. 저녁 늦게 친구들과 수다를 즐길 수 있다는 판매원의 말에 선뜻 후자를 택한다. 하지만 한달 사용료를 분석해보면 종량제가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2. 직장인 김씨는 최근 투자한 벤처기업의 주식이 연일 떨어지는데도 손절매하지 못했다. 결국은 기업은 파산하고 주식은 종잇장이 됐다. 주가가 빠질 때 손절매를 했다면 투자금액의 절반은 건질 수 있었지만,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주식이 오르기만을 무작정 기다렸다. 이성적인 인간들이 사는 사회라면 벌어지지 않아야 할 이런 사건들은 인종과 문화를 불문하고 세계 도처에서 벌어진다. 이유는 뭘까. '손실기피' 때문이다. 손실기피란 대체로 얻었을 때 느끼는 행복보다 잃었을 때 느끼는 불행이 2배에 달한다는 심리를 뜻하는 용어다. 개미 투자자들이 손절매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하는 것도 손해로 인한 충격에 대한 두려움이 커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손실기피는 단순히 손해를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집착'이 따라 붙게 된다. 노름판에서 돈을 왕창 잃은 투전꾼이 본전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패가망신하는 것도 집착 때문이다. 경영컨설턴트인 오리 브래프먼과 심리학자 롬 브래프먼 형제는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위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사례로 들면서 중요한 순간에 판단을 현명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사회 각 분야의 책임을 맡고 있는 리더들의 결정은 한 조직, 더 나아가서는 세계를 바꿔놓을 만큼 영향력이 큰 탓에 현명한 판단은 더욱 중요하다. 베트남 전쟁에 휘말려 빼도 박도 못하는 신세가 된 린든 존슨 전 미 대통령이 남긴 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생각하면 할수록 잘 모르겠지만 왠지 제 2의 한국이 되는 것 같단 말일세. 일단 개입하면 어떻게 빠져 나올지 방법이 안보인다고. 싸울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도 안들고 그렇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생전에 이렇게 곤란한 상황은 처음일세." 손실기피와 집착의 무서운 시너지 효과는 이라크 전쟁에 휘말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저자들은 여기에 인간의 비이성적인 판단의 기저 한가지를 더 추가한다. 대상의 실제 가치보다 상대방이 평가한 가치를 맹신하는 '가치 귀착'이다. 수백만달러가 넘는 그림이 멋져 보이거나, 지하철역 한 귀퉁이의 연주가보다 세종문화회관 무대 위의 연주가가 더 훌륭해 보이는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비이성적인 행동에 저항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이끌린다는 데 있다. 반대로 기업들은 이 같은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활용해 소비자가 지갑을 열게 만든다. 책은 이 같은 비이성적인 심리의 작동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기 위한 해법을 알려준다. 우선 보이는 대로 판단하지 말고 관찰하는 시간을 두라고 말한다. 대상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또 최종 판단을 내리기 전에 '자발적 대기시간'을 두라고 권한다. 특히 반대자에게 발언 기회를 주고 그 결과를 판단에 반영하면 비이성적인 요소에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1만 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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