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서울 화곡동에서 조그만 점포를 임대해주고 있는데, 다른 임차희망자가 기존의 월세보다 훨씬 많은 월세를 주겠다는 제의가 있어 기존 임차인의 임대기간이 끝나는 올 초에 그 임차인에게 즉시 명도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3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하는 기존 임차인의 요구가 있어 결국 ‘3개월 뒤에 바로 명도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어떤 책임도 지겠다’는 각서를 받고 기간을 늘려줬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 기간이 지나도 임차인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노골적으로 명도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임차인이 작성한 각서로 제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A: ‘어떠한 약속을 틀림없이 지킨다’는 취지의 각서를 받아두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대단한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진 않습니다. 이런 문구의 통상적인 의미는 ‘민사상이나 형사상으로 인정되는 범위의 책임을 지겠다’는 정도로 해석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귀하의 경우 우선 민사적인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약속과 달리 명도의무를 지연한다고 하더라도 불법적인 점유 이후 임차인으로서는 기존의 월세 상당의 금액만을 그대로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를 ‘통상손해’라고 합니다. 한편 귀하의 경우에는 더 많은 월세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손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손해는 민사상 ‘특별손해’라고 하는데 임차인이 이러한 사정을 알거나 알 수 있었어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취지의 각서를 작성했다는 것만으로는 임차인이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또한 명도약속 위반은 단순한 민사문제로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형사처벌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약속이행을 철저하게 담보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두루뭉실한 문구가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불이익 내용을 특정하여 규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입니다. ‘언제까지 명도하지 않을 경우, 지체일수 하루 당 1000만원 씩의 위약금을 지급키로 한다’는 식의 문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최광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