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 "재벌개혁 이제 시작이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시각은 다르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재벌과 정부가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기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재계는 물론 정치권 일각에서 사정방식의 재벌개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으나 정부당국은 다소의 속도조절은 가능하지만 범법행위를 단죄한다는 원칙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10일 『최근 일련의 사태는 특별한 목적에 따른 단발성 행위가 아니라 정부가 그동안 밝혀온 재벌개혁의 원칙을 구체적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당선자일 때부터 여러차례에 걸쳐 재벌총수들과 재벌개혁의 법제화에 합의했고 범법행위는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시정해나간다는 입장을 누차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재계의 합의는 지향점이 재벌그룹의 경쟁력 강화와 민주화를 위한 제도개혁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사실상의 「재벌해체」와 재벌그룹의 「인적청산」이라는 큰 길을 거치지 않으면 이같은 목적은 달성되지 않는 것이 정부쪽 시각이다. 세무사찰, 검찰권발동, 금융감독원의 주가조작사건 조사,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 등 동원할 수 있는 행정력이 총동원되고 있다. 「사정」이라는 임시수단으로 장애물을 제거한 뒤 「제도개편」이라는 영구적 장치를 설치, 선단식 경영과 총수1인 지배로 표현되는 재벌체제를 마감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재계는 『개혁의 원칙에 공감하지만 방법엔 문제가 많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계는 무엇보다 정부의 제도개혁과 각종 행정행위들이 치밀한 계획 아래 진행되는 재벌해체 작업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 불법증여의혹 세무조사, 현대 주가조작사건 수사, 금호 주식이동조사, 30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 등 일련의 조치들이 차례로 터져나오는 것은 「재벌해체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개별기업의 저항을 미리 잠재우려는 조치」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들은 대기업 세무조사의 경우 어느 그룹이고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여서 『다음 차례는 어디냐』고 긴장하고 있다. 한진·보광 등 당하는 쪽은 『왜 하필 우리냐』며 표적조사라고 볼멘 소리를 하지만 다른 기업들도 마냥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회계의 투명성을 자신할 기업이 없다. 지배구조 개혁에 대해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앞장서 재계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는 13일 공청회를 개최, 사외이사·감사위원회 등 제도개선 과제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전경련은 지난 8일 김우중(金宇中) 회장이 불명예 퇴진, 크게 흔들리고 있어 입법과정에서 재계 의견을 얼마나 관철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욱이 전경련 부설 자유기업센터가 설익은 논리로 정부정책에 무작정 반대하는 양상이어서 재계의 부담이 크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방법과 속도는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재벌체제의 장점을 살리는 정책도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최창환기자CWCHOI@SED.CO.KR 손동영기자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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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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