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로에 선 KOTRA 혁신
김성수 기자 sskim@sed.co.kr
혁신은 조직에 변화를 요구한다. 조직의 변화는 단기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적을 그래프로 그리면 뚝 떨어진 뒤 상승하는 'V'자 형태를 띠게 된다. 그러나 일부 조직은 V자의 바닥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머물고 만다. 변화에 실패한 조직은 V자 계곡에 갇혀 통곡하게 된다.
공기업 혁신의 대명사였던 KOTRA가 제2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KOTRA는 그동안 여러 형태의 변화를 꾀했지만 똑 떨어지는 성과를 보여주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최근 KOTRA의 이 같은 모습에 대해 '수출 실적이 과장됐다'거나 '무역관 운영이 비효율적이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KOTRA 일부 직원들은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혁신의 초점을 수정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홍기화 사장도 "감사결과에 대해 감사한다"는 한마디로 감사원에 대한 서운함을 날려버리기도 했다.
KOTRA가 제공해온 서비스의 주요 대상은 중소수출기업이다. 당연히 수치로 드러낼 만한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KOTRA의 일부 직원들은 "우리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는 곳은 한결같이 비용만큼 효율이 나오기 힘든 중소기업들"이라며 억울해 했다.
하지만 곰곰이 되짚어보면 감사원의 지적에는 KOTRA가 보지 못했거나 애써 외면했던 문제가 분명히 담겨 있다.
그동안 KOTRA는 수년째 '혁신한다'는 모토에 충실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펼쳐야 할 구조개선 노력과 마인드 변화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KOTRA 주변의 한 관계자는 "(KOTRA는) 조직의 비전을 잃어버렸다. 비전을 되찾지 못한다면 조직 전체가 나아갈 방향을 찾지 못하는 셈이다. 지금부터라도 비전을 세우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정부 지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원조에서 벗어날 궁리를 해야 할 때가 왔다. 연간 300억원에 불과한 사업경비로는 수출 중소기업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만 푸념해서는 안된다"며 "이를 위해 정당한 수수료를 받는 대신 프리미엄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OTRA 내부에서도 국내 2년, 해외 3~4년 주기의 근무형태를 깨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안방 살림과 바깥 업무의 전문화를 꾀하라는 얘기다.
KOTRA는 지금 혁신의 그늘에 주저앉아 통곡하거나 수출입국을 이끌 혁신기업으로 거듭나는 기로에 서있다.
입력시간 : 2006/08/10 16:47